파격 드레스 '검색어 1위' 그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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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부천 판타스틱영화제, 부산 국제영화제, 대종상 영화제 등 레드카펫이 있는 곳엔 늘 화제를 뿌리는 한 명의 배우가 있었다. 전세홍.

그 녀는 지난 7월 부천 판타스틱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속이 훤히 비치는 망사드레스(시스룩)를 입고 나와 보는 이들을 아찔하게 만들었고, 이어지는 영화제마다 파격적인 의상으로 화제를 일으켰다.

지난 달, 한 케이블 TV에서 전세홍이 주연한 영화 '실종'이 방영되자 곧바로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파격이라는 단어가 너무 부담스러워요.”

만나자마자 던진 레드카펫 드레스를 묻는 질문에 전세홍은 이렇게 대답했다.

“디자이너 선생님이 골라주신대로 입었거든요. 순식간에 검색어 1위가 되더라고요.”
신인인 전세홍에게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는 좋은 게 아닐까?

“물론 처음엔 좋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배우잖아요. 여러 작품에 출연하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노출에만 자꾸 초점이 맞춰지니까 이젠 부담스럽죠.”

검색어 ‘전세홍 생크림’, 안타까워

영화 ‘실종’은 전세홍의 첫 주연작. 2007년 ‘전남 보성 어부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벌거벗겨져 개우리에 갇히고, 폭행을 당하고 참혹한 죽음까지. 영화 곳곳에 전세홍의 열연이 숨어있다.

“죽는 장면이 정말 무서웠어요. 양계장 분쇄기에서 죽는 장면인데 기계가 정말 컸어요. 거기에 스태프 분들이 진짜 죽을 수도 있다고 하면서 기계를 막 흔들고 하시는데 공포가 뭔지 알겠더라고요.”

영화에서 전세홍의 죽음 장면은 공포와 절규가 가득하다.

“센 영화였죠. 걱정도 많았어요. 실종된 사람의 아픔과 애절함을 대변해야 하는데...”
현실은 전세홍에게 냉정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실종’의 연관 검색어에 ‘노출’과 ‘생크림’이 빠지지 않는다.

“극중에서 문성근 선배님이 생크림으로 절 성희롱하는 장면이 있어요. 촬영이 끝나고 회식 때 모든 분들이 닭이랑 케이크를 드시지 못하더라고요. 특히 케이크는 모두 먹는 것보단 얼굴에 던지는데 더 열중하셨어요.”

‘남녀탐구생활’보다 ‘여자가 화났다’가 더 재밌어

“넌 볼 때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선배 배우 백윤식이 전세홍에게 한 말이다. 레드카펫 위, 드라마 속, 버라이어티 등 모든 출연 부문에서 전세홍은 많이 다르다.

때론 섹시하게, 때론 코믹하다.

“연기자니까 분위기가 시시각각 달라지는 것은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신인 때 여러 면을 보여드리는 게 인지도를 얻기에는 불리하죠. 하지만 제작자 분들께는 좋은 평가를 받을 거라 생각해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롤러코스터’. 이곳에서 전세홍은 ‘짜증나’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남녀탐구생활’이 큰 인기를 얻고 있죠. 그래도 전 ‘여자가 화났다’가 더 재밌어요. ‘여자가 화났다’는 코믹보다는 연기의 요소가 더 많아요. 감독님께서도 절 캐스팅하실 때 코믹이지만 연기적 요소가 많이 필요해 개그맨은 원치 않는다고 하셨죠.”

가장 두려운 것은 ‘한가함’

전세홍은 요즘 연극 연습이 한창이다. ‘도둑놈 다이어리’. 드라마, 예능, 영화에 이은 또 한 번의 도전이다.

이 작품에서 전세홍은 꽃뱀 역을 맡았다. 도둑 역의 백종민과는 ‘롤러코스터'에 이어 진한 인연을 갖게 됐다.

“정말 바빠요. 눈뜨면 촬영과 연극 연습의 연속이에요. 그래도 일이 없어 집에 가만히 있을 때를 생각하면 정말 행복하죠.”

전세홍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한가함'이라고 했다.

“친구들은 일반 직장에 다녀서 저랑 시간이 잘 안 맞아요. 거기다 일까지 없어 가만히 있으면 정말 너무 무서워요.”

노출, 살해, 단역 등 소위 ’세다‘는 수식어가 붙은 역할은 대다수의 여배우가 기피한다. 대중에게 착하고 아름다움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것이 아마도 배우의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어떤 역할이든 자신을 보여줄 수만 있으면 좋다는 여배우도 있어 우린 더욱 즐겁다.

뉴스방송팀 강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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