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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전쟁] 상. 벅스뮤직의 두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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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벅스뮤직은 음악에 손쉽게 접근하게 해 준 한편으로 불법 서비스로 음악 산업의 침체를 부채질했다는 평가도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벅스뮤직'이나 'MP3폰'이 뭐기에 음악인들이 사활을 걸고 다투고, 네티즌도 지대한 관심을 쏟는 걸까. 이해관계가 그만큼 복잡한 데다 음악을 포함한 콘텐트산업의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소리전쟁'의 실상을 세차례에 걸쳐 소개한다.[편집자]

'5만곡씩이나 다시 돌려놨다는구만 그 많은 5만곡 중에서 왜 휘성님의 노래가 안풀린 거죠. 이 음반사 가처분 나쁜놈ㅠㅠ'.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 벅스뮤직의 '앨범 평가하기' 코너에는 이런 유의 글이 무수히 올라 있다. 지난달 30일 음원제작자협회(음제협)와 벅스뮤직이 유료화 및 음원(音源) 제공에 전격 합의한 뒤 5만8000곡을 합법적으로 서비스한다는 소식을 듣고 벅스를 찾아온 네티즌 상당수가 실망한 채 돌아서야 했다. 벅스가 보유한 27만곡 중 상당수가 아직 사용을 허락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 벅스뮤직의 명암

벅스뮤직이 공짜로 음악을 들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4년째. 벅스를 비롯한 무료 음악은 음악 소비 패턴을 바꿨다. 이전엔 방송을 타지 않으면 음악이 알려지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네티즌이 음악을 찾아 듣는다. 1400만 회원이 가입, 거의 모든 가구가 벅스 회원일 정도로 음악을 듣기가 손쉬워졌다. 발매 3개월이면 반품이 시작될 정도로 음반 매장은 신곡 위주지만 벅스에서는 옛날 곡도 찾아들을 수 있다. 끊김없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 더 높은 전송 속도를 원하는 네티즌 덕에 초고속인터넷망 보급이 빨라지는 데 기여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벅스에는 '죄'도 많다. 네티즌들에게 음악이 '공짜'라는 인식을 심어준 게 가장 크다. 4000억원대 수준의 음반시장이 1800억원대로 줄어든 게 모두 벅스 탓은 아니지만, 상당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음원 권리자들에게 허락을 받지 않은 채 서비스를 강행한 것도 문제다.

지난해 7월 문화관광부의 중재로 9개 음악 사이트가 유료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벅스는 참여하지 않았다. 벅스뮤직 관계자는 "소리바다 같은 파일 공유 사이트가 남아있는 한 무료 서비스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무료로 서비스하되 광고 수익으로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사업 모델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원수에 걸맞지 않게 막상 벅스뮤직이 4년 동안 올린 광고 매출은 110억여원이라는 '푼돈'에 불과하다. 무료 서비스 모델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에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각종 민.형사 소송에 얽혀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난항을 겪고 있다. 군소 음반사 200여개가 소속된 음제협과는 음원 사용에 합의했지만 YBM서울음반.SM엔터테인먼트.예당 등 대형 음반 유통사, 소니BMG.EMI 등 해외 직배사와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 음제협과 유통사, 엇갈리는 이해관계

음원제작자협회 김계형 홍보실장은 "온라인 음악 서비스를 이른 시일 안에 정상화시켜 수입원을 확보하기 위해 음원 제공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방송보상금(음악이 방송된 회수에 따라 보상금을 지불하는 것) 분배 비율에 따라 보상받기로 한 것도 음제협 측에 유리한 계산법이다. 보유한 음원의 수를 비교하면 대형 유통사와 직배사가 70% 이상을 차지하지만 방송보상금 분배율을 따지면 5~6%선에 머물기 때문이다. 벅스는 음제협과 별도 계약을 통해 음반업계에 지분 10%, 향후 2년간 매출의 3%를 주고 음악산업발전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벅스 입장에서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 셈이다.

반면 음반 유통사는 자사 유료 음악 사이트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벅스와 경쟁 관계에 있다. 무료 사이트인 벅스 때문에 출혈 경쟁을 해온 입장이라 타협이 쉽지 않다. 벅스는 모든 민.형사 소송을 취하할 것을 합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대형 음반 유통사들은 지난해 무료에서 유료로 서비스 전환한 맥스MP3 등의 사이트에 대한 소송도 진행 중이다. 벅스뮤직도 유료화 시점을 최대한 늦추면서 음반사의 가처분신청이 들어온 곡에 대해 '음반사 가처분'이라는 딱지를 다는 식으로 네티즌의 음반사에 대한 감정을 자극하는 등 팽팽한 대결 구도를 보이고 있다. 벅스와 협상이 결렬되자 YBM서울음반의 주가가 요동치는 등 이해 득실에 따라 시장 반응도 민감하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벅스뮤직이 불법 사이트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음원 권리자들이 지나치게 권리 주장을 앞세워 마치 벅스가 피해자인 것처럼 보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경희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 미국.유럽은…전체 60%가 유료 파일

해외 시장은 온라인 스트리밍보다는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로 집중되고 있다. 한국은 스트리밍 시장이 제대로 형성된 거의 유일한 곳이다. 음반사들이 처음 벅스가 등장했을 때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던 것도 이전에 보지 못한 서비스 모델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음악 파일에 대한 저작권 분쟁이 시작된 건 1999년 5월. 소리바다의 원조격인 냅스터가 등장하면서다. 미국의 18개 음반사가 소송을 제기해 같은 해 8월 서비스 중지 판결을 받은 뒤 이후 계속되는 송사에 휘말려 2001년 8월 결국 문을 닫았다. 한 때 이용자가 3800만명에 달했지만 음반사들이 신속하게 한 목소리를 낸 덕에 기승을 부리지 못했다. 지금은 유료 서비스로 전환해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애플컴퓨터가 지난해 4월 한 곡당 99센트에 다운받게 한 '아이튠즈(apple.com/itunes)'서비스가 크게 히트하고 있다. 아이튠즈는 애플이 만든 플레이어인 '아이팟' 전용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다. 아이튠즈의 등장 이후 다운로드 시장 중 유료 파일이 전체의 60%를 넘어섰다. 최근엔 할인점 월마트가 88센트에 곡을 판매하고, 마이크로소프트사가 한곡당 49센트로 다운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온라인 음악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애플의 경우 수입의 60%는 저작권료로 돌려준다. 소비자는 싼값에 음악을 듣고, 음악업계는 새로운 수익을 얻는 것이다.

*** 용어설명

◆ 스트리밍=소리나 영상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기법. 파일을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하는 '다운로드'와 달리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들으면 컴퓨터에 파일이 저장되지 않는다.

◆ P2P='Peer to Peer'의 약자로, 인터넷을 통해 개인과 개인이 파일을 주고받는 행위. 음악 쪽에서는 소리바다.당나귀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흔히 이뤄진다.

*** 바로잡습니다

9월 16일부터 3회에 걸쳐 연재된 '소리 전쟁'시리즈 내용 중 잘못된 부분이 있어 바로잡습니다. 16일자 23면 '아직은 불편한 온라인 뮤직'기사에서 '아이멥스'의 사이트 주소는 www.imeps.co.kr입니다. 20일 27면에 실린 '음악? 감상용 아닌 패션 소품'기사 중 온라인 음악사이트 뮤즈캐스트(www.muz.co.kr)의 월 매출은 500만원이 아니라 5000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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