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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水] ‘무방비’ 상태의 뜨거운 밤, 죽음과 맞바꿔야 될수도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러스트=강일구

“저, 안녕하세요? 기억 못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사실은 제가 몇 년 전에 AIDS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요. 늦었지만 좀 아셔야할 것 같아서요. 양심의 가책 때문에 힘들었는데 이제야 모든 걸 밝히니 시원하네요. 몸은 괜찮으시죠?”

어느 날 저녁 퇴근길에 울리는 발신자 번호표시 제한의 핸드폰 한통을 받았다면 그 사람의 심정은 어떠할까?

AIDS에 걸린 중국의 매춘 여성, 케냐의 여대생들이 펼치는 무차별적인 복수열전이 심심찮게 뉴스를 장식하는 이때 대한민국의 남성들 역시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일 것 같다.

아마도 수년간 거쳐간 안마시술소 내지는 룸살롱 접대차 혹은 사업차 등등의 핑계로 함께 한 수많은 여성들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하겠고 때로는 원나잇 스탠드의 대상, 오래 전에 헤어진 연인, 불륜의 대상, 술취한 그 날의 정사, 무심코 진한 키스를 나누었던 나이트클럽의 상대 등 온갖 이런 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할 수도 있겠다.

그나마 한국 말을 하는 것이 사업차 관광차 골프여행차 방문했던 동남아나 중국 등의 여성이 제외되어 좀 낫다고 할까

편파적으로 남성들을 성에 관한한 정조를 지키지 않고 잠재적인 혹은 현재 진행형의 '방탕아'로 취급하는 것에 불쾌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현실이니 어쩌겠는가.

여성보다는 남성이 성관계 파트너의 수가 월등히 높고 혼외관계나 돈을 주고 성을 사는 매매춘에 직접적으로 관여되는 경우가 훨씬 빈번하여 위험한,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에 노출될 확률이 현저히 높은 것이 사실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체액교환으로 전달되는 치명적인 AIDS 바이러스는 태내감염이나 오염된 주사기 바늘로 인한 것을 제외하곤 호흡기나 오염된 손, 구강으로 전해지는 다른 바이러스들에 비해 좀 더 '성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모기 물리는 것, 포옹이나 악수, 가벼운 키스, 마사지나 쓰다듬기, 음식을 함께 나눔, 가벼운 접촉, 땀이나 눈물 등으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상대의 체액이 염증이나 기타 손상 등 어떠한 이유로든 개방되어있는 나의 혈관이나 림프관 등을 통하여 내게 옮겨지는 것이고 극미량보다는 반복적이고 다량의 과다한 접촉에 의해 감염되기 쉽다. 오염된 주사기나 섹스, 구강에 상처가 있는 상태에서의 진한 키스 등으로 주로 전염되고 저하된 면역력만 잘 조절해주면 (세균, 곰팡이감염, 다른 바이러스질환 주의) 최근의 리포트들처럼 만성질환의 개념도 가능한 것이 AIDS이다.

그렇다고 AIDS가 잊혀질 만큼 안전한 것은 절대 아니다.

국내에서 중고생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90% 이상의 청소년들이 스스로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AIDS에 대해 '다른 사람은 걸려도 나는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낙관적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청소년들이, 그리고 그들이 자라서 무분별한 성생활을 할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미성년자는 물론 노인층 역시 AIDS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배우자에게 성적으로 소외되어 있거나 성관계를 위한 믿을만한 파트너가 없는 노인들은 매매춘 등 상대적으로 위험하고 일회적인 성관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파급의 속도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국내에서도 많은 수가 감염이 되어있고 해마다 늘어나는 것이 사실이다. 자신도 감염이 된 줄 모르는 경우도 많으므로 스스로 안전한 성관계를 해야한다.

콘돔 사용으로 에이즈를 예방할 수 있다

혼전 순결, 금욕 생활, 배타적 성관계, 일부일처제등 고리타분한 윤리강령을 지키며, 만약의 경우를 위하여 콘돔을 필수적으로 사용하며, 구강이나 외부 성기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하고, 다수의 파트너와의 성관계를 주의해야 한다. 의심되는 사람과의 입과 항문의 접촉, 입안의 정자, 섹스토이나 관장 기구 등을 여럿이 돌려쓰는 것 등은 느낌그대로 위험하다.

AIDS 진단은 반드시 혈액으로 확인하여야 하는데 효소면역형광법이나 웨스턴 블롯법 이외에도 최근에 구강세포를 긁어 간단히 진단할 수 있는 시약도 나와 있다. 발병되기까지 잠복기가 10년 가까이 될 수도 있고, 첫 증상은 두통이나 발열, 몸살, 복통 등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겠다.

원초적 본능에 가득 찬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열정적인 '무방비 상태의 밤'은 죽음과 맞바꿀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한다.

최고의 예방책은 잔인하게도 자신의 파트너를 '의심'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경계를 늦추지 말고!

테레사여성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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