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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0년 내다보고 ‘40대 주자’ 발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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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022년 이후 중국 정계를 이끌어갈 ‘차차기 6세대 주자’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1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최근 네이멍구(內夢古)·지린(吉林)·랴오닝(遼寧)·허난(河南)·푸젠(福建) 등 5개 지방 당서기 인사를 단행했다.

◆ 40대 기수 후춘화·쑨정차이=이번 인사의 최대 화제는 ‘리틀 후진타오(胡錦濤)’로 불려온 후춘화(胡春華·46) 허베이(河北)성장의 네이멍구 자치구 당서기 발탁이다. 후 주석의 권력 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인 후춘화는 올 1월 최연소 성장 기록을 세운 지 1년도 채 안 돼 당서기로 승진했다. 그는 차차기 최고지도자 후보군 중 선두주자로 꼽혀왔다.

쑨정차이(孫政才·46) 농업부장(장관)의 지린(吉林)성 당서기 임명도 관심을 끌고 있다. 후 서기보다 생일이 5개월 늦은 쑨 서기는 최연소 지방 당서기 기록도 차지했다. 그는 2006년 12월 농업부장에 임명되면서 최연소 장관 기록을 세웠다.

베이징의 정계 소식통은 “두 사람은 2012년에 열리는 18차 당 대회에서 정치국원(정원 25명)에 무난히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1960년대에 태어나 ‘류링허우(六零後)’로 불리는 이들은 40대 젊은 나이로 중국 정계에서 6세대를 형성하고 있다. 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총리에 이어 2012년부터 중국을 주도할 5세대 지도자그룹은 이미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상무 부총리로 사실상 압축된 상태다.

◆될 성 부른 인재 조기 발굴=6세대 주자들이 최연소 기록을 깨고 차차기 후계자로 부상하면서 중국의 독특한 후계 발굴·육성 시스템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후계자 육성은 10년 이후를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과 덩샤오핑(鄧小平)이 강조한 연경화(年輕化), 즉 젊은 인재 발굴 원칙에 따라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당과 정부의 최일선 현장에서 묵묵히 일해온 젊고 참신한 인재를 조기에 발굴해 당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덕을 우선시해 ‘덕재겸비(德才兼備)’를 강조하는 추세다.

1차 검증을 거친 후보군은 중쯔(種子:숨은 인재)로 불린다. 이들에게는 중앙과 지방, 당과 정부를 오가면서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진다. 통상적으로 지방 당서기와 중앙 정부 부장(장관)을 거치면 정치국원 진입을 기대할 수 있다.

후춘화 서기의 경우 중국에서 가장 험지로 꼽히는 시짱(西藏) 자치구(티베트)에서 19년을 묵묵히 일했다. 베이징대 중문과를 졸업한 후춘화를 공청단 제1서기로 전격 발탁한 것은 이 기간에 시짱 당서기로 부임했던 후 주석이었다. 후 주석 본인도 빈궁한 구이저우(貴州)와 시짱 자치구 당서기를 거쳐 1992년 49세의 나이에 정치국 상무위원에 발탁됐다. 이 때문에 후진타오와 후춘화는 출세 코스가 빼닮았다.

베이징시농림과학원에서 농학 박사를 받은 쑨정차이 서기는 농업 분야에서 잔뼈가 굵어 잇따라 중책을 맡고 있다. 30대 베이징 부시장을 거친 루하오(陸昊·42) 공청단 제1서기는 베이징 시멘트 공장, 베이징 방직그룹, 중관춘(中關村) 등에서 경영 능력을 평가받은 경우다.

◆노·장·청 조화 이룬 ‘영도 집단’ 형성=중국의 후계 양성은 우수한 개개인을 육성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동시에 ‘집단 지도 그룹’을 구축해 팀워크를 중시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른바 ‘영도 반쯔(班子:집단 또는 그룹)’다. 이런 시스템은 덩샤오핑 집권 이후에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는 절대권력을 행사한 마오쩌둥(毛澤東) 시대 이후 특정인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시스템보다 집단지도체제가 중시돼왔다. 정치국 9인 상무위원회가 대표적인 반쯔라고 할 수 있다. 9인 상무위원회에는 대체로 5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과 경험을 갖춘 인재들이 포진하게 된다. 상무위원회는 5년마다 새로운 반쯔를 구성한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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