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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는 환경] 2.환경보전과 개발, 양립할 수 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지난 세기에 우리를 괴롭혔던 과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새 밀레니엄 과제가 다가오고 있다.

이같은 비동시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새로운 밀레니엄의 기준에 맞는 미래지향적 가치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중앙일보는 새천년준비위원회.조인스닷컴㈜과 공동으로 연중기획 '21세기로 맞추자' 를 마련했다.

4월의 주제 '생명을 살리는 환경' 의 둘째 주 화두는 '환경과 개발은 양립할 수 있는가' 다.

독자 여러분의 좋은 의견을 인터넷(http://www.joins.com) '21세기로 맞추자',

(http://code21.joins.com) 또는 팩스(02-751-5228)로 보내주기 바란다.

[문제제기]

지난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는 환경과 개발이 공식적으로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공해를 경험한 선진국들과 빈곤에서 벗어나야 하는 개발도상국들은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 이라는 개념에 합의했다.

즉 개발하더라도 과거의 개발방식에서 탈피해 지구생태계가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해 개발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는 거의 이행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지구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정책변화는 아직 조금도 눈에 띄지 않는다.

선진국의 개도국에 대한 지원은 리우회의 합의 전보다 오히려 줄어들었으며 개도국은 선진국의 공해 역사를 되풀하고 있다.

그 결과 개구리식 도약을 통해 공해과정 없이 빈곤에서 탈출하려는 리우의 정신은 상당부분 퇴색될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리우로부터 8년이 흐르는 지금, 지구환경이 회복되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들은 나타나고 있지 않다.

오히려 기상이변과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인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방출량이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다.

생물서식지가 파괴돼 자연상태보다 1천배나 빠른 속도로 동식물의 멸종과정이 진행되고 있어, 21세기 안에 지구 모든 생물종의 50%가 멸종될 것이라는 보고도 나와 있다.

이런 결과는 많은 정부와 기업들이 '환경적으로 건전함' 보다는 '지속가능한 개발' 또는 '개발의 지속가능성' 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데 기인한다.

이런 점에서 '지속가능한 개발' 혹은 '환경친화적 개발' 이라는 개념 자체가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심지어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를 포장하고 합리화하기 위해 '환경친화적' 이라는 말을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세계 5대 갯벌에 들어갈 정도로 소중한 갯벌을 파괴하는 새만금간척사업에도, 생태계의 보고(寶庫)를 수장시키는 영월 동강댐 건설에도 여지없이 '환경친화적 개발' 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이같은 개발사업으로부터 환경을 지키기 위한 장치로 환경영향평가제도가 도입됐으나 개발사업에 대한 면죄부 또는 파괴 허가제도로 작용해 국가가 환경파괴를 공인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현행 환경영향평가제도하에서는 개발사업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일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없을 때 사업 자체를 취소토록 하는 방안이 보장돼 있지 않다.

한 정부기관은 지난 50년간 우리나라의 환경 부하(負荷)가 15만배 증가했고, 생태파괴지수는 생태적 생산능력의 9배 이상을 초과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선진국보다 저개발 국가의 행복지수가 더 높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경제발전과 개발이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주리라는 기대는 환상에 불과하다.

세계 최고의 장수촌이었던 불가리스의 평균 수명이 줄어들고 있는데, 그 주요 원인이 마을에 들어선 패스트푸드점과 도로의 건설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한 때 자연 그대로의 상태는 빈곤과 미개함으로 인식됐으나 이제 그것이 저개발 속의 새로운 풍요를 의미하고있다.

'환경은 미래세대로부터 잠시 빌려온 것' 이라는 의식을 바탕으로 더이상의 무분별한 개발은 중단돼야 한다.

양장일 <환경운동연합 환경조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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