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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만화시장… 청소년 만화가 주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국내 만화시장은 기형적이다.

아동과 청소년.성인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시장이 없다. 오로지 10대들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만화가 주류를 이룬다.

대원 동화의 오태엽 기자는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팽배한 까닭" 이라고 설명한다.

때문에 학원물과 순정물, 아니면 이를 적당히 버무린 소재 외에는 명함을 내밀기 힘든 '빈곤의 악순환' 이 계속되고 있다.

만화 출판사 관계자들은 "경제적 구매력을 가진 30대를 만화 인구로 끌어들여야 한다" 고 입을 모은다.

1980년대 '까치와 엄지' '기업 만화' 등으로 대변되는 이현세.박봉성류의 작품들을 보다가 이제는 만화에 등을 돌린 세대들을 말한다.

성인만화 시장을 꾸리기 위해서는 이들의 '지원사격' 이 필수적이다.

이들을 만화로 불러들일 묘안이 없을까. 일본처럼 출퇴근길 '넥타이 맨' 들이 자연스레 만화를 보는 풍경을 볼 수는 없을까.대부분 직장인인 이들을 위한 만화 몇편이 나왔다.

샐러리맨의 애환을 다룬 작품으로 이들이 발길을 돌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 시마과장〓직장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고증이 치밀한 수작이다. 일본 정계의 이면을 파헤친 '정치9단' 과 언론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라스트 뉴스' 로 유명한 히로카네 겐시 작품이다.

야쓰바시 전기회사의 홍보부에 근무하는 시마 과장을 통해 직장내 권력 다툼, 상사와의 관계, 가정문제 등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실제 작품에 참여한 한 스크립터는 짧은 지하철 에피소드를 위해 하루 종일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취재했다고 한다.

그만큼 에피소드가 사실적이고 구체적이다. 단 끊이지 않는 주인공의 여성 편력은 다소 비현실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학산문화사의 박성식 팀장은 "영화의 리얼리즘을 만화에 적용해선 곤란하다. 오히려 직장인들의 성적 콤플렉스를 해소하는 팬터지로 이해할 수도 있다" 고 설명한다.

전기 회사에 3년간 몸담았던 작가의 직장생활이 생동감있게 배어난다.

◇ 세일즈맨〓자동차 세일즈맨의 이야기가 구성진 허영만의 작품. 산업사회로 넘어가며 부의 상징이 돼버린 자동차, 이를 사고 파는 사람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근현대상을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또 학벌 위주의 사회에 세일즈 실력으로 반기를 든 주인공의 전력투구가 눈물겹게 그려진다.

생존 법칙이 적용되는 '동물의 왕국' 에서 앞만 보고 달려가는 샐러리맨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 천하무적 홍대리〓사무실이 하나의 연극 무대다. 모든 에피소드가 여기서 벌어지는 컷 만화. 때문에 직장인 만화의 정체성을 강하게 풍기는 작품이다.

주인공 홍대리는 상상을 초월하는 엉뚱함과 소시민적 일탈로 샐러리맨들의 '대변인' 역할을 자임한다. 코미디와 애환의 '비빔밥' 이다.

◇ 무대리, 용하다 용해〓작은 키에 번개머리.메기입술의 능청스런 무대리가 주인공이다. '홍대리' 보다 만화적이고 드라마적 요소가 강하다.

직장에서 생길 법한 일들을 보여주고 이를 다시 비트는 식이다.시종일관 위트와 유머를 빌려 이야기를 이어가고 은근한 성적 농담은 양념 구실을 한다. '이런 사람도 회사생활을 하는데' 라는 자신감을 안겨준다.

◇ 체리체리 고고〓20대 중반의 오피스 레이디 고체리가 주인공인 직장 만화. '홍대리' 나 '무대리' 에 비하면 관점이나 감성이 휠씬 여성적이다. '언더' 적인 그림체가 이색적이고 순정만화적 요소도 적지 않게 녹아있다. 코미디를 좋아하는 직장 여성이라면 좋아할 만하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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