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커버스토리] 한국형 벤처단지 성공하려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한국형 벤처단지가 성공하려면 단지별 차별화와 함께 지방으로 확산해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처방이 제시됐다.

정부는 벤처 인프라 구축에, 벤처기업은 연구개발 인력을 늘리고 정보 교류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에 각각 주력하면서 지역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업종으로 단지별로 특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5일 4개 벤처단지를 비교.분석한 '벤처생태계의 형성과 진화' 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연구소는 "벤처기업의 67%가 서울.경기지역에 집중돼 지역간 격차 및 수도권 인구집중을 심화시킬 수 있다" 며 "지방의 유휴산업단지 등 20여곳에 지정하기로 한 벤처기업육성 촉진지구를 활용해 벤처집적지를 지방으로 확산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벤처단지인 서울 테헤란밸리는 1999년 초만 해도 평당 2백만원이었던 사무실 임대료가 4백50만원으로 치솟고 교통체증도 심각해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주변에 대학과 연구소가 없으며, 대기업 등에서 일하던 사람이 대부분으로 기초연구개발 기능이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고정민 수석연구원은 "테헤란밸리가 더욱 발전하려면 연구센터 확충과 입지공간 확대, 마케팅.경영인력 확보, 기술과 인수.합병(M&A)시장 활성화 등이 필수적" 이라고 지적했다.

대덕연구단지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등 수준 높은 교육.연구기관이 자리잡고 있어 기술중심 벤처를 배출해왔다.

그러나 기술 창업자 중심의 벤처라서 사업화가 뒤지는 게 결점으로 지적됐다.

2백50개 벤처 가운데 아직 코스닥 등록 기업이 없으며, 연내 코스닥 등록을 추진하는 기업도 2곳뿐이다.

지난해 벤처캐피털이나 엔젤투자 등 외부자금을 유치한 회사도 10곳, 76억원에 불과하다.

연구소는 테헤란밸리의 기업이 설립한 지 3~4년이면 코스닥 등록을 추진하는 데 비해 대덕단지 벤처들은 이보다 2~3년 정도 늦다고 분석했다.

대덕연구단지는 창업과 보육기능을 가진 벤처 인큐베이터는 많지만 단지규모가 작아 벤처들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공간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70년대 섬유.의류의 최대 수출단지였던 서울 구로공단은 최근 공단 재활을 위해 벤처 육성을 시도하고 있다.

2006년까지 기존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체 중심의 공단을 고도기술.벤처.패션디자인.지식산업 중심으로 바꿀 계획이다.

연건평 8천2백평짜리 15층 벤처센터가 오는 10월 준공된다.

연구소는 교통과 통신망 등 인프라는 어느 정도 구축돼 있으나 금융.인력.연구개발 능력 등이 취약한 것이 흠이라고 평가했다.

고정민 수석연구원은 "구로공단이 벤처단지로 성공하느냐 여부에 따라 구미.창원 등 다른 공단의 변신도 결정날 것" 이라며 "인력 공급을 원활히 하고 단지내 기존 기업의 생산기반과 연구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준공된 춘천 하이테크 벤처타운은 지방자치단체가 테크노 파크를 건설해 벤처기업의 단지화를 유도하는 대표적인 사례. 현재 바디텍 등 8개 벤처기업이 입주해 있으나 차별화된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이 없으며 스타 기업도 없는 상태다.

인터넷 전용선이 없어 업체별로 따로 전용선을 확보하고 있으며 교통여건도 좋지 않다.

자본과 시장 여건이 나빠 연구기능만 남겨두고 서울로 이주하려는 기업들도 있다고 연구소 관계자는 전했다.

이용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