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쿠바인들, 엘리안 '귀향결정'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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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은 '기회의 땅' 임과 동시에 '법의 땅' 이다. 50개주 어느 곳에서도 연방법은 철저하게 지켜진다.

그러나 최근 법의 권위를 위협하는 사태가 미 대륙 동남쪽 끝 플로리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쿠바 난민소년 엘리안 곤살레스 문제다. 남부 플로리다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의 인구는 2백10만명. 이중 망명 쿠바인이 80만명이나 된다.

쿠바인이 지역 경제를 휘어잡고 있고, 성조기대신 쿠바 국기가 걸려 있는 상점도 많다. 이들 대부분은 곤살레스를 쿠바에 있는 아버지에게 돌려보내라는 연방법원의 결정에 분노하며 곤살레스 사수 결의를 보이고 있다.

쿠바 출신의 지역 정치지도자 20명도 연방당국에 반기를 들었다.

대표적으로 카운티의 앨릭스 페넬라스 시장은 "연방 관리들이 곤살레스를 데리러 와도 카운티 경찰이 그들을 돕도록 하지 않겠다. 만약 (쿠바인의 저항으로)유혈사태가 발생하면 리노 법무장관이 책임져야한다" 고 선언했다.

미국 언론에는 남북전쟁 때 노예제를 고수한 남부 11개주가 연방을 탈퇴한 사실을 빗대 "반란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 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 곳 쿠바인들은 "마이애미 독립공화국" 이라는 인사말도 주고 받는다.

쿠바인 대부분은 카스트로가 지배하는 쿠바에 부모나 형제.자매가 있다. 그래서 곤살레스에 대한 이들의 정서는 미국인들로선 쉽게 측정할 수가 없다. 이들은 "미국 정부는 그동안 쿠바인들을 강압적으로 대해 왔고 곤살레스에 대해서도 별다른 연민의 정이 없다" 고 비난한다.

하지만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쿠바인은 남부 플로리다를 정치적 부패와 경찰 스캔들, 마약거래가 만연한 곳으로 만들어 왔다. 이제는 연방법까지 무시하려 한다" 는 것이다.

미국에서 지방정부가 연방에 반기를 든 사례는 간혹 있었다. 현대사에서는 아칸소 주지사 훠버스가 1957년 백인과 흑인 학교를 통합하라는 연방정부의 명령을 거부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무력을 동원해 미국이 '법의 땅' 임을 증명했다. 남부 플로리다가 연방의 일부분임을 증명하기 위해 연방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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