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사상태 코스닥… 원인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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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근의 코스닥 폭락사태는 크게 네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논란이 됐던 인터넷.정보통신 등 첨단 기술주에 대한 거품론의 재현이 첫째 이유다.

이로 인해 미국 나스닥 증시가 폭락한 것이 불을 댕겼다.

국내적으로는 유.무상 증자 물량이 쏟아지면서 수요와 공급에 심한 불균형이 생겼고, 투신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매수 여력이 별로 없다는 점이 꼽힌다.

그 결과 시장은 투매사태로 빈사(瀕死)상태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 는 증시격언을 되뇌고 있다.

시장의 양면성을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첨단기술주 열풍의 반작용으로 주가하락 폭이나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빠르지만 폭락 뒤에는 반등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무조건 팔자는 자제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최근 코스닥 폭락사태가 거래소시장에도 냉기류를 불어넣으면서 '덩달아 투매'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거래소 기업들의 경우 코스닥 종목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주가가 약세를 보였던 만큼 폭락물결에 휩쓸릴 이유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 주도주 실종〓거품 우려로 인터넷 기업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인터넷 붐의 실질적인 수혜주들인 반도체 관련주가 주도주로 떠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증시에서 첨단기술주들이 일제히 약세로 돌아서면서 반도체 주식들도 맥을 못추고 있다.

이 때문에 코스닥시장은 물론 거래소시장마저 팔자 주문이 홍수를 이뤘다.

◇ 폭락 배경과 바닥권 찾기〓앞에서 언급한 네가지 이유 외에 외국인들도 팔자 우위를 보이고 총선 이후 불투명한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 볼 때 코스닥의 경우 지수 175~185선, 거래소는 800선 근처가 바닥일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 반등시기와 투자전략〓4월 둘째주~셋째주에 단기 바닥이 형성되며 한차례 반등이 예상되지만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서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많았다.

미국 증시가 되살아나느냐, 총선 이후 한국경제에도 미국식 '신경제(저물가.고성장)' 효과가 나타나느냐에 따라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동양증권 서명석 투자전략팀장은 "단기 반등 때 일단 현금비중을 높인 뒤 상승추세를 확인하고 재매수에 들어가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며 "반등하기도 전에 투매했다가 단기 반등 때 추격 매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고 충고했다.

현대증권 박영철 투자전략팀장은 "앞으로는 전체 지수의 의미가 없어진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지수가 떨어져도 오르겠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지수가 올라도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차별화 장세가 예상되는 만큼 종목선정 때 옥석을 철저히 가려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정경민.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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