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현장을 간다] 사이버 브로커 판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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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총선후보에게 유권자의 신상정보를 제공해 주거나 홈페이지 홍보를 해주는 조건으로 거액을 요구하는 사이버 브로커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주로 홈페이지와 e-메일로 선거운동을 벌이는 사이버 후보들을 유혹한다.

고양시 A후보는 "유권자들의 e-메일 주소 리스트를 넘겨줄테니 1천만원을 달라" 는 브로커의 접근을 두차례 받았으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고양시 B후보는 지역신문 홈페이지 운영자들로부터 "홈페이지를 홍보해 주겠다" 며 최고 4백만원까지 요구하는 제의를 받았으나 물리쳤다고 공개했다.

일산의 C후보도 "정치 관련 포털사이트 50여곳에 1분간 동영상을 올려줄테니 50만원에서 최고 1백20만원을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고 전했다.

이와 함께 컴퓨터 디스켓으로 발행되는 선거인 명부의 암호를 풀어 유권자 신상정보를 추가해준 뒤 1천만원대의 거액을 요구하는 신종 브로커도 등장했다.

디스켓 상의 선거인 명부에는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만 담겨 있지만 브로커들이 암호를 풀어 전화번호.동창회 인명록.여론조사 결과 등을 추가해 유권자 개인정보 등이 망라된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주고 거액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한 선거구 D후보 관계자는 "집중유세를 벌이려면 사이버 선거인 명부가 필수적" 이라며 "실제 전국의 상당수 후보들이 이 방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디스켓 암호를 전문적으로 풀어주는 브로커들은 서울의 중소 데이터베이스 전문업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 감시반 관계자는 "e-메일 홍보는 적법하지만 주소 등 개인정보를 불법 입수해 사용하면 불법" 이라고 말했다.

특히 선관위는 유권자 1백여명의 e-메일 주소를 입수, 후보에게 넘겨준 공무원 한 명을 적발해 검찰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강찬호.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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