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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러시아 과학자·기술자 '모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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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러시아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일자리를 얻지 못한 인터넷.생명공학.첨단소재 분야 전문인력이 벤처 붐을 타고 한국으로 들어와 일하고 있다.

대구 염색공단의 염색기술연구소는 러시아인 박사급 과학자 한명을 곧 현장에 투입한다. 광케이블용 극세(極細)섬유를 만드는 파이오니아메탈과 냉각장치 열전반도체를 개발한 로단파워코리아, 초음파 계측기 업체인 창민테크는 러시아의 원천기술을 이용해 최근 제품개발에 성공했다. 보안기기 업체인 GIC는 러시아의 기술을 응용한 제품개발을 추진 중이다.

대전의 정밀기기 업체인 태성정밀공업은 지난해 10월 모스크바 국책연구소 출신 부부 과학자를 1년 계약으로 채용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함께 산업용 가스터빈 날개의 국산화 연구를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아리누리시스템즈는 부족한 웹 기술자를 러시아에서 구하려다 러시아를 포함한 독립국가연합(CIS)의 과학.기술자를 국내 업체에 알선하는 인력정보 사이트(http://www.cisline.com)를 지난달 개설했다.

이 회사 이문호 사장은 "러시아 루블화가 약세라서 국내 인건비의 5분의 1 정도로 전문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 며 "기술인력이 부족한 정보통신.소프트웨어 벤처업체들이 러시아 기술자를 구하려고 야단" 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중앙연구소 한범수 박사는 "벤처 열기가 고조된 지난해 말부터 러시아 인력을 유치하는 중소업체가 급증했다" 며 "삼성.LG 등 대기업들이 인력을 유치했던 1990년대 중반 이후 제2의 러시아 붐이 일고 있다" 고 말했다.

산업용 입자가속기 개발을 위해 러시아 과학자 5명을 채용한 이 회사에는 올들어 "삼성의 네트워크를 통해 러시아인 과학자를 소개받을 수 없느냐" 는 중소업체의 문의가 잦아졌다.

정부도 중소.벤처업체의 이같은 인력 수요에 맞춰 지원에 나섰다. 과학기술부가 지난해 러시아 전문인력을 국내 기업과 연구소.대학에 알선하는 사업을 시작해 1백여명이 국내에 들어왔다.

중소기업청도 러시아 과학자를 채용한 중소업체에 지난달부터 체재비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중기청 송재빈 인력지원과장은 "반도체.정보통신.광학기계.레이더 분야를 중심으로 하루에 대여섯통씩 중소업체의 문의전화를 받고 있다" 고 말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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