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유주열] 두 도시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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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의 일이다. 홍콩이 중국으로 회귀하는 날이 다가오자 수많은 홍콩 사람들이 탈출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공산정권인 중국으로 넘어가는 홍콩에는 더 이상 장래가 없다고 보았던 것 같다. 마침 캐나다의 밴쿠버시는 稅制의 혜택을 준다면서 불안해진 홍콩인을 유혹하고 있었다. 홍콩에 거주하던 다국적기업도 하나 둘씩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세계적 금융회사가 움직였다. 그 때 떠오르는 도시국가가 싱가포르였다. 싱가포르는 홍콩과 마찬가지로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 하여 영국의 금융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다국적 기업이 움직이자 그에 딸린 직원이며 그 가족들도 떠나게 되었다. 홍콩의 부동산은 곤두박질쳤다. 좀체로 매물이 나오지 않는 홍콩섬 빅토리아 산의 山頂(피크)에도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이는 1960년대 중반 중국의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홍콩의 수많은 외국인이 패닉 상태에 빠져 홍콩탈출이 시작되면서 피크의 매물이 나온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홍콩은 예정대로 중국에 回歸되었고 다시 1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홍콩은 당초 우려와 달리 갈수록 과거 이상의 영광을 회복하고 있다. 떠오르는 중국경제와 함께 홍콩의 가치가 다시 평가되기 시작한 것이다. 홍콩에는 고층 건물과 고급아파트를 계속 지어 지고 있다. 새로이 들어 온 외국기업의 직원도 늘어나고 있지만 중국의 신흥부자들이 홍콩에 재산을 계속 구입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은 계속 최고점을 찍어 기록을 깨고 있다. 싱가포르가 오히려 당황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홍콩과 싱가포르의 자존심이 걸린 아트 허브전쟁에서 홍콩이 가볍게 판정승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싱가포르가 다년간 아시아의 문화예술 허브를 겨냥한 “르네상스 플랜”을 세우고 거액을 투자하였다. 그러나 세계 양대 경매회사인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아시아 본사를 싱가포르에서 홍콩으로 옮겨 버렸다. 주요 고객인 중국의 신흥부자들이 싱가포르보다 홍콩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최근 홍콩 소더비에서 淸代 乾隆황제의 의자가 사상최고액으로 낙찰 된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두 도시 이야기는 당분간 홍콩의 승리로 보인다.

유주열 전 베이징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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