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iz 특허시장 호황… 벤처기업들 하루 수백곳 상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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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테헤란밸리 특허 시장이 대호황이다. 올들어 비즈니스 모델(BM)특허 출원을 위한 인터넷 업체들의 상담이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BM특허 인정 범위를 보다 엄격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붐비는 특허사무소〓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역삼역 사이, 옛 특허청 자리 주변에 위치한 1백여곳의 특허사무소는 요즘 몰려드는 벤처창업자들 때문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이지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이경란 변리사는 "지난해엔 BM 특허 관련 출원이 10여 건에 불과했으나 올들어 하루 평균 5곳 정도의 벤처기업과 상담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 지역 전체로 따지면 매일 수백 곳의 벤처기업들이 특허사무소와 상담을 하는 셈이다.

변리사와 상담하는 벤처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자신들의 영업방법이 이미 특허로 등록됐는지 여부. 윤동열특허사무소의 남희섭 변리사는 "독점적인 권리를 부여받기보다 경쟁업체와의 특허 분쟁에 대비해 일단 특허를 출원해 놓고 보자는 기업이 많다" 며 "지금 테헤란밸리는 BM특허 노이로제에 걸려 있는 상황" 이라고 말했다.

◇ 논란 많은 BM특허〓지난달 3일 국내 BM특허에 대한 무효 심판이 처음으로 제기됐다.

삼성전자의 '인터넷 원격교육' 특허권에 대해 진보네트워크센터가 특허청에 무효심판을 제기한 것. 그러자 특허 등록 사실을 몰랐던 온라인교육업체들의 모임인 '사이버교육협회' 는 최근 모임을 갖고 진보네트워크센터와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오병일 인터넷사업팀장은 "대부분의 업체들이 이런 내용도 특허가 된다는 데 의아해했다" 며 "마구잡이로 특허를 주면 인터넷 비즈니스의 싹이 잘릴 수 있다" 고 우려했다.

BM 특허에 대해 '선발업체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은 보호해야 한다' '단순한 영업모델에 대한 특허를 내주면 선발업체의 시장독점이 심화된다' 는 논란과 함께 특허 보호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벤처기업이 홍보 차원이나 경쟁사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 수단으로 출원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현재 20년인 특허 보호기간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기업원은 "BM 특허 기간이 너무 길면 새로운 인터넷 기술 개발에 제약요인이 될 수 있는만큼 특허 기간을 1~3년으로 대폭 줄여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원일 변리사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터넷 비즈니스 상황에 비춰 3~5년이 적정하다" 며 "제대로 된 특허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경제.사회적 변화에 맞춘 법 개정이 절실하다" 고 지적했다.

◇ 특허청 입장〓특허청은 단순한 사업 아이디어만으로는 특허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기술적인 요소(프로세스)없이 출원된 특허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것. 데이터 속성과 흐름, 데이터의 저장장치.처리방식이 구체적으로 명시돼야 하며, 컴퓨터와의 결합관계 등도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BM특허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 미국 특허청이 전자상거래 등 인터넷 분야와 관련된 특허 심사를 대폭 강화키로 해 우리정부도 엄격한 심사기준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특허청 제대식 컴퓨터심사담당관은 "BM특허는 국제적인 추세를 따를 수밖에 없어 미국의 심사기준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고 말했다.

한편 특허청 내부에서는 "특허권자가 유사 업종이 성공을 거둔 뒤에 특허권을 제시하고 그간의 영업수익과 부당이익 환수를 요구해 이익을 모두 거둬갈 수도 있다" 며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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