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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우스산 화산 폭발 시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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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도쿄〓남윤호 특파원]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우스(有珠)산(해발 7백32m)이 31일 오후 1시10분쯤 분화를 시작했다.

분화(噴火)가 일어나면서 우스산 일대에는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으며, 대규모 화산재가 바람을 타고 인근 봉우리와 마을로 내려오고 있다.

◇ 분화 순간〓화산 연기(噴煙)는 이날 오후 2시30분쯤 본격적으로 분출돼 3천2백m 상공까지 올라가 바람을 타고 북동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기상청 및 육상자위대의 망원 관측 카메라에는 분화 주변 지역에 사람 머리만한 바위들이 우박오듯이 흩뿌리는 모습이 비춰졌다.

최초의 분화지점은 우스산 서쪽 산록 중간의 국도 부근으로 평소 주민과 관광객들이 많이 다니던 곳으로 밝혀졌다.

이번 분화는 마그마가 지하수를 비등(沸騰)시켜 수증기의 압력이 지각을 뚫고 분출해나오는 전형적인 수증기 폭발로 조사됐다. 우스산 남쪽 다테(伊達)시에서 분화 순간을 지켜본 한 주민은 "멀리서 '쿵쿵' 하며 돌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온 뒤 2분쯤 지나자 산 서쪽에서 회색 연기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연기가 처음 흰색이었다가 점차 검은색으로 변해갔으며,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지역도 시간에 따라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오후 3시부터는 우스산 인근에 비가 내리기 시작, 화산재가 빗물에 녹으면서 땅은 온통 잿빛 진흙탕으로 변했다. 기상청은 비가 계속 내릴 경우 화산재가 급류를 형성하며 인근 호수인 도야코(洞爺湖)로 흘러들어 치명적인 수질오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 주민 대피 및 대책〓일본 정부는 이날 오후 2시 관계각료회의를 열고, 정부합동청사에 비상재해대책본부를 설치했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는 긴급 각료회의에서 "화쇄류(火碎流.화산재 덩어리와 용암이 흘러내려오는 현상)가 발생하고 있어 큰 피해가 예상된다" 며 "예측할 수 없는 사태에 대비해 만전을 기해야 한다" 고 말했다.

육상자위대는 트럭 50대와 헬기 2대를 동원, 인근 지역인 다테시.아부타초.소베쓰초(壯瞥町)등의 주민 1만2천여명을 대피시켰다.

해상자위대도 두 척의 호위함을 인근 아오모리(靑森)현으로부터 현장 부근으로 급파, 비상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도쿄(東京)의 하네다(羽田)와 삿포로(札幌)의 신치토세(新千歲)공항을 운항하는 국내선 항공기들은 비상사태를 우려해 일시 운항을 중단했다. 우스산은 1663년 이래 1977년 8월까지 모두 일곱차례 분화했으며, 1822년 분화 때는 대규모 화쇄류가 발생해 50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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