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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를 찾아서] 3.예산 수덕사 대웅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천안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예산쪽으로 향하면 너른 들판이 펼쳐진다. 45번 도로를 타고 덕산온천과 윤봉길 의사의 고택을 지나면 이내 수덕사로 향하는 6백22번 지방도로 갈림길이 나타난다.

높지 않으면서도 탁 트인 덕숭산 자락에 자리잡은 수덕사의 모습은 최근 몇년동안 엄청나게 바뀌었다.

일주문과 함께 금강문.천왕문의 이른바 3문이 자리를 잡았고 - 아직 마무리는 안됐다 - 거대한 누각이 들어서 거찰(巨刹)의 위용을 갖췄지만 왠지 가슴에는 와닿지 않는다. 손때랄까, 세월의 더깨가 쌓이지 않은 탓이려니 하면서도 오르는 길에 정겨움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누각을 밑으로 지나 계단을 올라서면 마당 뒷편 기단위에 7백년을 버티고 서있는 대웅전(국보49호)이 눈에 들어온다.

수덕사 대웅전은 정면 3칸.측면 4칸으로 맞배지붕을 한 주심포계 건물이다. 전통 건축 용어를 익히기란 쉽지 않지만 차근차근 알아두면 답사의 즐거움을 한층 높일 수 있다.

기둥과 기둥 사이가 1칸이므로 정면 3칸이란 것은 4개의 기둥을 세워 세부분으로 나누었다는 얘기다. 대부분 정면의 칸수가 측면보다 많은데 수덕사 대웅전은 다르다. 따라서 칸살이 매우 넓고 그만큼 넉넉하게 보인다. 땅이 너른 이곳의 지세(地勢)를 고려한 것이다.

지붕모양은 여러 변형이 있지만 크게 맞배.우진각.팔작지붕과, 정자에서 흔히 보이는 모임지붕 등 4가지로 나뉜다. 맞배지붕은 단순하면서도 팔작지붕의 화려함과는 다른 단아(端雅)함을 느낄 수 있다.

지붕에서 시선을 조금 내리면 기둥머리 위를 가로지른 긴 나무(창방)와 여러개의 나무조각으로 짜맞춰 돌출된 부분(공포.拱包)이 보인다.

처마를 받치고 무게를 기둥과 벽에 분산시키기 위한 구조물이지만 장식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주심포(柱心包) 는 이런 공포를 기둥머리 위에만 짜놓은 것으로 공포구성 중 가장 오랜 방식. 조선초기까지만 나타난다.

반면 대부분의 사찰건물을 보면 창방 위에 나무를 평행하게 덧대고(평방)기둥머리는 물론 기둥과 기둥 사이도 공포로 치장했다. 다포(多包)다.

주심포계 건물의 특성은 기둥과 천장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원형의 두리기둥은 크게 곧은기둥과 민흘림, 배흘림으로 나뉘는데 주심포계 건물의 기둥은 배흘림으로 다듬었다. 배흘림 기둥은 기둥몸이 가늘게 보이는 착시(錯視)현상을 막는 기법이지만 맵시도 그만이다. 천장은 판을 대어 가리지 않고 들보와 서까래를 그대로 드러낸 연등천장이다.

수덕사 대웅전의 아름다움은 옆면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크고 작은 보와 기둥들이 서로 교차하면서 만들어낸 다양한 평면들은 별다른 치장없이도 세련된 멋을 자아낸다.

더욱이 도리와 도리를 잇는 소꼬리 모양의 우미량를 우아한 곡선으로 처리해 무게를 분산하는 소임을 다하면서도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보탠다.

아름다움이란 요란한 치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수덕사 대웅전은 단순.소박한 것들을 자연스레 아우르면서 진정한 아름다움의 의미를 깨우쳐 주고 있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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