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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미군기지 이전 계기로 변신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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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물의 도시' 춘천은 지금 새로운 도시 모습을 그리는 시민의 열기로 가득하다. 의암호로 이어지는 도심의 미군기지 캠프페이지가 내년에 이전해가기 때문이다. 일단 미군기지 이전의 정치적 해석과 부지 매입 등의 경제적 계산은 중앙정치와 지역행정의 몫으로 남겨둔 채 시민들은 이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두고 다소 넉넉한 고민에 빠져 있다.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새로운 공간 확보는 춘천의 미래설계에 획기적인 계기가 되고 있다. 벌써 지역사회는 시민공원으로 하자, 시청을 옮기자, 교육타운으로 개발하자, 외부 관광객을 유치할 종합관광레저단지를 조성하자 등의 다양한 의견이 무성하다. 물론 이참에 도시 전체의 그림을 다시 그리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따지고 검토하는 일이 여간 복잡하지 않고 시민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일 또한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미 강원도와 춘천시가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하고, 춘천시의회도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도시계획과 환경 등 분야별 전담팀을 가동하고 있지만 최종안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적잖게 걸릴 것이다. 더욱이 그 결과 춘천의 면모가 성공적으로 일신됐는지를 확인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춘천의 시민사회가 범시민적으로 이 문제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춘천은 1990년대 후반 지방자치시대의 이른바 '님비'현상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던 시절에 쓰레기매립장 건설문제를 대단히 모범적으로 해결했던 경험도 있다. 이제는 춘천시민운동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캠프페이지 부지의 올바른 활용을 위한 춘천시민위원회'가 구성돼 시민들의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춘천 시민사회가 그간 축적해온 역량을 한껏 뽐낼 기회가 온 셈이다.

춘천 시민사회는 과연 어떤 절차로 합의를 지혜롭게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인가. 더러 공공성만을 고집하는 입장도 있고, 상업적 고려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견해도 만만찮다. 행정적 고려와 시민사회의 가치가 서로 대립하기도 한다. 재정문제나 법률문제도 쉽지 않다.

다양한 입장을 조율하고 어려운 과제를 풀어가는 일은 순전히 춘천 시민의 몫이다. 그러나 어떤 결론에 도달하든 그 과정이 원만하고 지혜로울 수만 있다면 춘천 시민들은 참다운 시민사회를 가꾸고 진정한 참여 자치를 실천하는 셈이다.

미군기지 이전을 계기로 춘천의 시민사회가 더욱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또 다른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춘천의 도시 외관뿐 아니라 지역의 사회관계까지 새롭게 구축할 좋은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춘천 시민사회가 이를 통해 더욱 성숙해진다면 그것은 우리나라 참여민주주의의 성공적 구현에도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 분명하다.

진장철 강원대 교수,정치외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