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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당 선거사령탑 24시간 밀착 취재] 1.김종필 명예총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그거 누가 믿을 수 있나. 주소와 이름을 다 알고 물어 보는데 (응답자들이)제대로 얘기 하겠어. "

27일 아침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의 신당동 자택 1층 응접실.

JP는 조찬을 함께 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일본 외상을 배웅한 뒤 기다리던 변웅전(邊雄田)선대위 대변인, 노인환(盧仁煥)중앙당 후원회장, 신오철(申五澈.서울 강북갑)위원장과 커피를 한잔 했다.

申위원장은 선거구 자금지원을 요청하러, 邊대변인과 盧후원회장은 JP가 결정적 권한을 쥐고 있는 비례대표(전국구)후보 문제로 방문한 듯했으나 JP는 그들에게 말할 기회를 거의 주지 않았다.

누군가 탁자에 가지런히 놓인 조간신문들의 여론조사를 가리키며 "자민련이 안 좋게 나왔다" 고 지적하자, JP는 "대답 안하는 사람이 반(半)이나 되는 조사가 무슨 놈의 조사여…" 라며 혀를 찼다.

邊대변인은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조작이라는 논평을 내겠습니다" 며 머리를 숙였다.

커피를 내온 부인 박영옥(朴榮玉)여사는 아예 분한 표정을 지었다. "어휴, 기자님들이(여론조사로 자민련의)기 좀 죽이지 마세요. 나도 뛸거예요. " 朴여사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이 나오는 논산-금산에 내려갈 계획을 짜고 있다.

오전 9시20분, 서울역 역장실. JP는 대전.청주의 지구당.도지부 대회 참석을 위해 경부선 새마을호를 타려 하고 있었다. 이미 역장실엔 치열한 비례대표 후보경합을 벌이고 있는 김종호(金宗鎬).김모임(金慕妊)부총재, 이용만(李龍萬)전 재무장관 등이 나와 '눈도장 찍기' 에 바쁘다.

JP의 건강관리는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는 장녀 예리(禮利)씨의 몫이다. 예리씨와 그의 딸은 박영옥 여사가 매일 준비해 주는 찰떡.원두커피.과자.비타민 꾸러미를 들고 다니며 JP의 미세한 안색의 변화까지 체크한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당의 어떤 간판스타보다 나이가 많은 JP지만 목 한번 잠긴 적 없는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한번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심한 독감으로 연설을 하루 쉬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날 일행들이 "어떻게 그런 건강이 나오시냐" 고 묻자 JP는 "과욕을 안부리면 쓰러질 일이 없어" 라고 대답했다.

이런 대화가 오가는 곳은 선거유세용으로 특별히 구입한 9인승 밴(시보레 익스플로러)안에서다. 한 측근은 차안에서 JP가 크게 불쾌해 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의 발언을 놓고 지역감정 조장으로 언론이 비난하면 JP는 "잘못한 사람(김대중 대통령)은 놔두고 왜 언론이 나를 지역감정 원조로 몰아가려 하는지 모르겠다" 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JP바람' 이 아직 충청권에서 크게 불지 않고, 그 원인이 공천잘못에 있다는 따가운 지적이 당내에서 나와도 만74세의 JP는 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듯하다.

이날도 "두고 보라" 며 자신감이 배어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과반수가 말 안하고 있다. 누가 여기저기서 쑤셔대도 흔들리지 않을 것" 이라고.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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