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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두바이 쇼크 어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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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두바이 국영기업 두바이월드의 채무 동결 선언이 세계 경제의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두바이 최고재정위원회 셰이크 아메드 위원장은 26일 성명에서 “두바이월드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신중하게 준비된 것이고, 시장의 반응을 파악하고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긴급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세계 주요 증시는 급락했고 안전자산인 달러와 금값은 오르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두바이가 중동 증시가 휴장하는 이슬람 연휴 전날에 채무 동결을 전격 발표한 탓에 두바이월드의 향방에 대한 정보가 없어 시장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두바이 당국의 조치가 시장 안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7일 두바이의 채무동결 조치에 대해 “당국의 심각한 오판이거나 크나큰 실수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잠복해 있던 불안심리 자극=일단 수치만 놓고 보면 두바이월드의 채무는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같은 대형 폭탄은 아니다. 두바이월드의 부채는 590억 달러, 두바이 정부 전체의 부채는 800억 달러로 지난해 금융위기 때 미국 금융권의 손실(2조7000억 달러)과 비교하면 경량급이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월가보다는 두바이에 적극적으로 진출한 유럽 은행들의 피해 규모가 클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 은행들이 두바이에 물려 있는 채권은 최대 400억 달러 정도다. 이 때문에 두바이 쇼크가 국지적인 사태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은 우세한 편이다. 일시적으로 금융시장이 흔들릴 수는 있겠지만 충격파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문제는 지난해 금융위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파도가 몰려왔다는 점이다. 두바이에 대출해준 유럽의 금융회사들은 아직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황이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금융회사들이 돈줄을 조이게 되면 건설경기 등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두바이에 물린 대형 유럽 은행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신흥시장에서 돈을 빼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라토리엄 선언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통화청이 달러 채권 발행을 연기한다고 밝히면서 충격이 중동 산유국 전체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연세대 김정식(경제학) 교수는 “수면 아래에 잠겨 있던 동유럽 부실과 미국 상업용 부동산 문제 등이 추가로 불거질 경우 향후 세계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채권단은 두바이월드가 요청한 6개월 채무상환 유예 요청을 받아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약속한 6개월 시한 내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다면 시장에 2차 여진이 몰아칠 가능성도 있다.

◆아부다비, 두바이를 부탁해=두바이의 명운을 가를 ‘구원투수’로는 아부다비가 꼽힌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아부다비·두바이 등 7개 토후국으로 구성돼 있는데, 아부다비는 UAE 석유 매장량의 95%를 보유하고 있는 부자 국가로 ‘맏형’ 격이다. 두바이가 무너질 경우 아부다비는 물론 UAE 전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부다비가 이를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아부다비는 이미 두바이월드의 최대 채권자이기도 하다. 아부다비는 올 2월 중앙은행 등을 통해 두바이 정부가 발행한 1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입했고, 최근에도 50억 달러의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아부다비가 아무런 대가 없이 두바이에 무한정 자금을 지원해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시장에서는 아부다비의 에티하드항공이 두바이의 에미레이트항공을 인수할 것이라는 설이 나도는 등 모종의 ‘주고받기’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로이터는 “아부다비 정부가 금융 지원을 대가로 두바이 정부 소유 기업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주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외국어대 서정민(중동아프리카학) 교수는 “UAE 연방법률에 ‘한 토후국이 어려워지면 다른 토후국이 지원을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에 위기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아부다비가 두바이의 개방정책에 불만을 가진 점을 감안하면, 금융 지원을 대가로 ‘두바이 군기 잡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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