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2000] 나눔의 미덕 '리눅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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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요즘 시중의 화제가 되고 있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라는 책을 읽는 나를 보고 "당신은 그런 책 읽어도 부자 아빠는 못돼" 라고 아내가 한마디 한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내 친구는 "돈은 많이 벌지 못하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진짜 부자야" 라고 말하곤 한다. 이런 말을 주고 받는 우리 마음은 꽤나 씁쓸하다.

요즘은 50년도 넘게 기업을 했다는 재벌 회장들의 재산과 맞먹는 7천억~8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채 5년도 안되는 사이에 벌어야 부자다. 따라서 아마 나는 평생 가난한 아빠쪽일 것이다.

며칠 전에는 사무실에 신문지를 얻으러 오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이 '구역 침범' 을 이유로 몸싸움을 벌였다.

몇년 전만 해도 폐지는 골칫덩이였는데 이제는 이것을 생존수단으로 삼는 노인들이 너무나 늘어나 우리 건물에만 네다섯 분이 드나들고 있다.

앞으로는 이처럼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에게 국한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버려지는 '폐지처럼 사회에서 버림받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은 나만의 기우는 아닐 것이다.

또 인터넷과 디지털이라는 신화가 우리 사회를 배회하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 사회는 혈(血)-net, 지(地)-net, 학(學)-net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나는 게놈 프로젝트의 정보를 공유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제국에 맞서 모든 정보의 공유와 공동의 창조를 주창한 리눅스의 GNU 선언문을 읽으며 진짜 부자인 사회를 생각해 본다.

우리 사회에서 인터넷의 구호는 '일등 아니면 죽음을' 인 것 같다. 이는 너무나 일방적이고 천박하지 않은가.

이런 시점에서 리눅스는 공유야말로 진정한 부의 진원지라는 것을 보여준다. 아마 리눅스의 도전은 MS사의 독점이 더 생산적인지, 아니면 공개와 공유가 더 생산적인지를 결정하는 주요한 시험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의 한쪽에서도 진정 새로운 인터넷 정신이 싹트기를 대망해 본다.

조형준<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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