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혁명 @인터넷] 上.비리 잡는 '인터넷 御使'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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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광주 서부경찰서 A경사는 인터넷만 생각하면 바짝 긴장된다.

그가 '부부싸움 신고건을 재조사해 달라' 는 한 주부의 탄원을 거절하고 불친절하게 대했다는 글이 전남경찰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진 때문이다.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지만 지난 17일 징계처분과 함께 파출소로 전출됐다. 시.구청, 경찰청 등 대민기관 홈페이지가 민원행정을 공정.투명하게 만드는 데 큰 몫을 하는 존재로 등장했다.

비리.불친절 공무원의 행태는 시민들에 의해 홈페이지에 올려져 즉각 '철퇴' 가 가해진다. 또 누군가가 국민의 심부름꾼으로서 역할을 잘한 공직자의 이야기를 소개.격려하면 표창이나 특진 등 선물까지 주어진다.

◇ 대민행정 감시〓충남의 공립 태안의료원 金모(41)원장은 22일 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진료하고 있다는 사실이 인터넷 때문에 알려져 직위해제됐다.

金모(서울 성북구)씨는 지난 1월 28일 서울시 홈페이지에 공금을 유용한 사회단체의 비리를 고발했다. 서울시는 곧 비리 사실을 확인, 1백87만원을 환수했다. 서울시에서는 업무소홀이나 늑장 민원처리.불친절 등으로 인터넷에 덜미를 잡혀 문책받은 공무원이 지난해 하반기에만 10여명에 이른다.

대전시청 홈페이지에는 지난 21일 한 네티즌이 '바꿔! -시청의 영어 비웃음거리' 란 글을 올렸다.

대전시청내 40여개 화장실의 영문표기를 남자는 'MAN' , 여자는 'WOMAN' 으로 틀리게 표기했다는 것. 안내판은 이 글이 올려진 직후 'MEN' 'WOMEN' 으로 정정됐다.

서울시 위정복(魏正復)민원조사담당관은 "사이버 행정감시의 눈이 매서워 공무원들이 발가벗고 일을 하는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고 말했다. 또 서울시 등 각 지자체들은 민원처리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인터넷 민원처리 공개방' 을 구축하고 있다.

◇ 자치단체장에 '회초리' 역할〓경남지역 시장 鄭모씨는 요즘 사이버 공간에서 창피를 톡톡히 당하고 있다.

이 시청 관내 중학교 1년 李모(14)양이 지난 10일 시청 홈페이지에 "시장님, 선거때 돈 돌리고 시장님 되셨나요" 라는 글로 호되게 질책하며 답변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鄭시장은 보궐선거 때 모 지구당 부위원장에게 1천만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의 판결을 남겨놓고 있다. 문희갑(文熹甲)대구시장도 지난 1월 네티즌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지하철공사장 붕괴사고가 일어났는데도 중국 방문을 강행해서다.

◇ 격려〓강원도 춘천경찰서 용산파출소 박경영(53)소장은 지난 13일 강원지방경찰청장의 표창을 받았다. 춘천댐에서 얼음 구멍에 목부위까지 빠진 중학생을 구한 사실이 강원경찰청 홈페이지에 올려진 덕분이다. 강원지방경찰청 홈페이지 덕에 상을 받은 경찰은 5명이나 된다.

양영유.구두훈.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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