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모비스 ‘방패’에 KT ‘창’ 또 부러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모비스가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 모비스는 26일 울산에서 벌어진 프로농구 KT와의 경기에서 80-58로 크게 이겼다. 8일 LG전을 시작으로 파죽의 7연승을 내달린 모비스는 12승5패로 KT를 반 경기 차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를 탈환했다. KT는 12승6패가 돼 2위로 한 계단 내려왔다. KT의 58점은 올 시즌 한 경기 최소득점 타이기록이다.

모비스와 KT는 비슷한 스타일의 팀이다. 두 팀 모두 장신 선수 없이 많이 뛰는 농구로 선두권에 올라 있다. 차이가 있다면 모비스는 수비, KT는 공격에 무게중심이 실린다. 모비스는 최소실점 1위(75.6점)고 KT는 최다득점 1위(86.5점)다.

지난달 20일 벌어진 두 팀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는 모비스가 지역방어의 위력을 발휘하며 85-72로 완승했다. 모비스의 방패가 KT의 창을 막은 셈이었다.

이날도 승부의 키는 수비에 있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KT가 같은 방법에 또 당하진 않을 것”이라며 맨투맨 방어와 지역방어를 함께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전창진 KT 감독도 “모비스의 수비가 워낙 탄탄해 고민이다. 우리도 공격보다는 수비로 나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선두를 다투는 팀 간 대결답게 분위기는 초반부터 뜨거웠다. 맨투맨 방어로 나선 모비스는 던스톤이 득점 1위 존슨을 꽁꽁 묶었다. 존슨은 1쿼터 무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모비스는 김영환에게 1쿼터에만 9점을 허용하는 등 맨투맨 작전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힘의 균형은 2쿼터까지 유지됐다. 모비스는 김효범(사진)이 3점슛 4개를 성공시키며 공격을 이끌었고 KT는 신기성·박상오·존슨이 번갈아 가며 득점을 올렸다. 2쿼터가 끝났을 때 점수는 39-37, 모비스의 근소한 리드였다. 하지만 3쿼터 들어 경기는 모비스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3쿼터 중반 모비스는 강력한 맨투맨 방어로 KT 공격을 4분 동안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동시에 함지훈·헤인즈·김효범·박종천 등이 번갈아 가며 연속 14점을 넣었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57-42로 벌어졌다. 1차전처럼 모비스의 방패가 KT의 창을 막아 내며 승부가 결정된 순간이었다.

김효범은 3점슛 6개를 포함, 24점을 올리며 대승을 지휘했다. 4쿼터 5분여를 남기고 72-52까지 점수 차가 벌어지자 전창진 감독은 벤치로 조용히 들어가며 일찌감치 백기를 들었다. 인터뷰장에 들어선 전 감독은 “할 말이 없습니다. 한 수 아래입니다”는 말만 남긴 채 쓸쓸히 돌아섰다.

KT&G는 대구에서 오리온스에 83-81로 역전승을 거뒀다. KT&G는 한때 22점 뒤졌지만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오리온스를 3연패로 몰아넣었다.

울산=김종력 기자

◆프로농구 전적(26일)

모비스(12승5패) 80-58 KT(12승6패)
KT&G(5승11패) 83-81 오리온스(5승11패)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