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마케팅 선택 아닌 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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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폴크스바겐코리아는 9월 초 경기도 파주 헤이리에서 자동차 파워 블로거 20여 명을 초청해 6세대 신형골프를 국내에서 처음 소개했다. [폴크스바겐코리아 제공]

미국의 세계적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은 지난달 11일부터 닷새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연례 행사인 ‘오라클 오픈월드 2009’를 열고 전 세계 ‘파워 블로거’들을 대거 초청했다. 파워 블로거란 많은 방문자 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블로그 운영자를 말한다. 한국에서도 블로거 한 명이 초청을 받았다. 오라클은 올해 처음으로 블로거 초청 행사를 했다. 프랑스의 세계적 리조트 전문업체인 클럽메드는 여행 전문 블로거만을 상대로 신청을 받아 이달부터 인도네시아 빈탄, 말레이시아 체러팅, 태국 푸껫 리조트 중 한 곳에서 3박5일 일정의 휴가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동반자 1인을 포함한 모든 비용을 클럽메드에서 부담한다. 블로거들은 열심히 휴가를 즐기고 그 후기를 블로그에 남기면 된다.

갈수록 뜨거워지는 블로그 마케팅 현장들이다. 블로그 마케팅은 인터넷에 익숙한 블로거들의 특성상 주로 정보기술(IT) 기기와 생활용품 업체들의 주무대였지만 이젠 업종 불문이 됐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돼 가는 분위기다.

블로그 마케팅 전문가인 정민아 민커뮤니케이션 대표는 “희소가치를 중시하던 프리미엄 브랜드는 물론, 온라인 마케팅이 덜 필요했던 기업 간 거래(B2B) 업체까지 블로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표적 고객을 정확히 공략해 효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마케팅 기법이 보수적인 편인 자동차 업계에서도 블로그 마케팅이 번지고 있다. 폴크스바겐코리아는 9월 신형 ‘골프’ 출시에 앞서 자동차 전문 블로거들을 따로 초청해 시사회를 열었다. 마케팅을 맡은 방실 부장은 “수입차의 경우 온라인상에서 수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지만 내가 궁금한 정보를 꼭 집어내 얻기는 쉽지 않았다. 블로거들이 직접 체험하고 작성한 콘텐트는 관심 고객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된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단순한 제품 후기 중심의 마케팅에서 블로거들의 의견을 제품 기획에 적극 반영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6년부터 대학생 블로거 가운데 ‘모바일 오피니언 리더’ 그룹을 선발해 ‘애니콜 드리머즈’라는 소비자 참여형 마케팅 활동을 해 왔다. 이들의 각종 제안을 받아 제품 제작과 마케팅 등에 적용한 것. 현재까지 42만 대 이상 팔린 ‘햅틱 아몰레드 폰’의 경우 드리머즈 아이디어 가운데 20여 가지나 반영됐다. 5월 5000명의 지원자 가운데 40여 명을 선발해 지난 6일 발표회를 하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중국·대만·독일에서도 드리머즈를 뽑았다.

외장하드를 만드는 미국계 씨게이트는 블로거들과 장기적 소통을 하는 데 힘써왔다. 제품 사용기를 블로그에 남기게 유도하는 마케팅 방식에서 한걸음 나아가 주기적으로 오프라인 만남까지 하고 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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