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PSI연구소의 사이클로트론으로 세계 최고의 빔 전류를 만든다. 한국 중이온 가속기에도 규모는 작아도 사이클로트론이 설치된다. [중앙포토]
지구상에 자연 상태로 존재하는 물질은 가장 가벼운 수소에서부터 가장 무거운 우라늄에 이르기까지 92가지다. 그러나 수소에서부터 무거운 순서대로 철에 이르는 26가지 물질은 어떻게 생성되는지 알려졌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못하다. 가령 금·은·구리 등 철보다 무거운 물질의 생성 비밀은 베일에 싸여 있다. 이는 세계 20대 미해결 과제 중 하나다. 단지 아주 오래전에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생겼을 것이라는 추측만 할 뿐이다.
이를 알아내는 데는 ‘중이온 가속기’가 필수적이다. 세종시 논란과 함께 부쩍 자주 거론돼 귀에 익숙해졌다. 중이온 가속기는 초신성이 폭발할 때의 현상을 재연할 수 있는 거대 초정밀 연구장비다. 초신성은 무거운 별이 죽음을 맞이하면서 폭발해 100만 배나 더 밝아지는 별을 지칭한다. 차제에 중이온 가속기가 뭔지 알아본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강입자 충돌 가속기
지구상의 물질을 나열한 주기율표에는 물질을 발견한 나라의 지명이나 국명을 딴 이름이 올라 있다. 게르마늄(Germanium·독일), 폴로니움(Polonium·폴란드) 등이다. 일본도 113번째 원소를 발견해 현재 국제기구에 자포니움(Japonium·일본)과 리케니움(Rikenium·리켄연구소)이라는 이름 후보 두 개를 신청해 놓고 있다. 한국에서 중이온 가속기로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면 우리 국명을 따 ‘코리아니움(Koreanium)’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
◆암 치료 기술 개발=암 치료에 쓰이는 방사선보다 특성이 우수한 방사선 치료법을 개발할 수도 있다. 정상 세포에는 해를 거의 입히지 않고 암 세포만 죽이는 새로운 치료 방법이 나올 수 있다. 세계적으로 탄소와 같은 중입자의 방사선을 이용한 치료법이 개발돼 많은 암 환자를 살리고 있다. 전북대 김은주(핵물리학) 교수는 “중이온 가속기는 물질의 속까지 들여다보는 특성을 활용해 재료공학을 발전시킬 수 있다. 또 맹독성 방사성 폐기물의 수명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응용 분야가 많다는 것이다.
국내 중이온 가속기의 입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충청권에 건설하겠다는 언급을 한두 번 한 적이 있을 뿐이다. 일정상 2010~2011년 설계, 2012~2016년 건설해 2017년께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관련 특별법이 제때 통과되고 예산 지원이 적기에 될 때 그렇다. 예산은 약 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