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 찾은 일본의 두 영화인… 감독 츠카모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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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 야마네 사다오는 해외영화제 수상작도 일본 국내에서는 흥행이 전혀 안 되는게 문제라고 말했다. 공감하나.

"정확한 지적이다. 8년전 처음으로 '데츠오(鐵男)2' 를 들고 국제영화제에 돌아다녔다. 당시엔 독립영화들이 인기를 모았다. 돈을 많이 들인 메이저급 영화보다 단촐해 해외영화제에 나가기도 쉬웠다. 외국 사람들이 '당신 영화 재미있다' 고 추켜세웠다. 일본 영화는 재미없다는 인식도 많이 불식시켰다. 그러나 해외에서의 이런 평가가 경제적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됐다. 내 영화의 비디오테이프는 일본에서 잘 팔리지 않는다. 불경기 탓만은 아닌 것 같다. 참 큰 일이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높게 평가하는데도 정작 돈은 들어오지 않으니 우리처럼 독립영화하는 이들은 정말 힘든다. 너무나 어려워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를 지경이다. 영화를 만들면 만들수록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송구스러울 때도 있다."

- 어떻게 어려움을 타개하는가.

"특별히 요령 같은 건 없다. 그나마 외국에서 돈을 대겠다는 사람들이 늘어 다행이다. 나는 메이저 영화사에 소속되거나 그런 영화사에서 주문하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되고 싶지 않다.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 수 있으면 그만이다. 그러니까 프로 감독들보다는 부담이 덜하다고 하겠다. 영화 한 편 만들 때마다 힘들고 지치지만 어떻게든 헤쳐나왔고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 당신이 영화를 통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나는 사무라이나 게이샤 같은 흔히 일본적인 것으로 치부되는 소재들은 전혀 다루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 것들을 등장시키면서도 충분히 현재의 일본을 이야기할 수 있다. 내 영화에는 육체와 도시, 인간과 도시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반영돼 있다. 하지만 내가 진정 만들고 싶은 영화는 '삶은 소중하며, 산다는 것은 기쁜 일' 이라는 걸 관객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 영화다. 지금까지 내가 만든 영화들은 이 목표를 향한 긴 여정의 중간 지점들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에 집착한다는 말은 아니다. '철도원' '러브레터' 같은 영화들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다. 하지만 내 영화는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일반적인 정서보다는 독특한 정서에 호소하는 영화, 소수이겠지만 그런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은 반드시 있다고 본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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