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가벼운 접촉사고 빌미 보상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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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10일 아내가 차를 몰고 아파트 입구를 나서다 영업용 택시와 접촉사고를 냈다. 차 앞부분이 긁히는 가벼운 사고였기 때문에 아내는 자비 처리키로 하고 택시기사에게 연락처를 알려줬다.

사고가 난 지 4일 후 기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기사는 "지금 병원에 입원 중이다. 왜 보험회사에 사고 접수를 하지 않았느냐" 고 다짜고짜 화를 냈다. 가벼운 접촉사고인데 입원이라니 무척이나 황당했다.

곧바로 경찰서에 접촉사고 신고를 했다. 사고 원인자인 우리로서는 신고하면 손해라는 것을 뻔히 알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경찰은 우리 차를 보더니 너무 어이없어 했다.

범퍼 앞부분이 약간 흠집난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런 가벼운 접촉사고임에도 불구하고 택시기사는 병원에서 진단서를 발부받아 입원까지 했다니 경찰도 어이없어 했다.

그러나 보상금을 받기 위해서인지 택시기사는 허리가 아파 꼼짝도 못한다며 막무가내였다.

단순 접촉사고를 악용해 보험금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왔지만 내가 당하고 보니 실감이 갔다. 고의성 여부만 빼놓으면 보험사기단과 다를 바가 무엇이 있겠는가.

양심을 속이는 이런 운전자들이 더 이상 없길 바란다.

김경호 <서울 양천구 신정7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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