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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물의 날' 맞아 알아본 '물의 신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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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지구를 엄습한 빙하기에도 생물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이는 지구 표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바다물 때문.얼음이 되면 부피가 커져 떠오르는 물의 특성 탓에 바다 위쪽은 얼어붙었더라도 바닷속에서는 여전히 생명체가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 물은 생활 주변에서 접하는 가장 친숙한 물질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면모도 적지 않다.세수 물에서 원자력발전용 물까지 '수(水)의 세계'를 알아본다.

◇ 이런 물 저런 물〓물도 따지고 보면 종류가 한 둘이 아니다. 무기물질 함유량에 따라 연수(軟水).경수(硬水)로 나누는가 하면, 원자력 발전에서는 무게에 따라 경수(輕水).중수(重水)로 분류해 쓴다.

또 물분자의 배열형태에 따라 오각수.육각수 같은 분류법도 있다. 그런가 하면 알칼리수.자기(磁氣)수 등 이른바 '기능수' 들도 등장했다.

경수는 '뻣뻣한 느낌' 을 주는 물로 세탁시 때가 잘 빠지지 않는다.

이는 경수에 칼슘과 마그네슘이 다량 들어있기 때문. 이들은 비누와 결합해 쉽게 찌꺼기를 만든다. 반면 연수는 이들 무기 물질의 함량이 적어 상대적으로 때가 잘 빠진다.

중수는 지난해 말 월성 원전에서 일어난 누출 사고로 일반에도 널리 알려졌다.

중수는 문자 그대로 무거운 물이라는 뜻. 보통 물, 즉 경수는 양성자와 전자가 각 1개로 구성된 수소가 산소와 결합한 상태인데 중수는 중수소가 산소와 결합해 생성됐다는 차이가 있다.

중수소는 보통 수소와는 달리 중성자가 1개 더 붙어있어 경수보다 6% 정도 더 무겁다. 그러나 맨눈으로는 둘을 구분할 수 없고 화학적 성질도 똑같다. 중수의 수소는 중성자를 갖고 있다는 특징 때문에 원자로에서 냉각재와 핵분열을 촉진하는 감속재로 사용된다.

중수는 바닷물 1t중 1백50g 가량 녹아있는데 값이 보통 비싼 게 아니다. 국내 원전에서 사용되는 중수는 전량 수입하는데 단가가 고급 와인과 맞먹는 ℓ당 20만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육각수는 '물 박사' 로 유명한 과학기술원의 전무식박사가 집중적으로 연구해 일반에 알려졌다.

물을 차게 해놓으면 물 분자끼리 육각모양을 형성하는데 이런 물이 신체 기능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이 전박사의 주장이다.

이밖에 알칼리수라는 물도 한때 유행했었다. 산성화된 체질을 중화시킬 수 있다고 해 건강수로 음용되기도 했지만 과학적인 근거가 없어 과학자들이 크게 신뢰하지 않고 있다.

◇ 물의 신비한 특성〓'자연상태에서 고체.액체.기체의 3가지 형태를 띨 수 있는 물질은 물이 거의 유일하다.

섭씨 4도때 부피가 가장 작은 것도 특징. 물이 얼면 부피가 커지는 이유는 물 분자간의 간격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소금이 물에 쉽게 녹는 것은 물이 가진 극성(極性)때문. 끼리끼리 노는 '유유상종(類類相從)' 은 모든 물질의 공통된 성질이다. 기름은 무(無)극성이어서 극성인 물과 섞이지 않는다.

극성은 세포막을 유지시켜주는데도 결정적 역할을 한다. 세포막을 이루는 물질의 바깥쪽은 극성, 안쪽은 무극성이어서 체액(물)에 둘러쌓여있어도 세포막은 터지지 않는다.

이런 극성에서 비롯된 물 분자 고유의 결합력은 다양한 날씨 연출과도 관계있다.

지름 0.005㎝이하의 아주 미세한 물 알갱이(수증기)는 너무 가벼워 지상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안개낀 날씨가 이런 경우. 그러나 이런 알갱이가 커져 0.5㎜를 넘어서면 빗방울이 된다.

하지만 크기가 이보다 더 커져, 지름이 4㎜를 넘으면 공기의 저항에 의해 두 조각으로 갈라진다.

만약 물분자의 결합력이나 표면장력이 너무 세다면 지름 2~3㎝짜리 빗방울이 생길 수도 있고 그 결과는 상상하기에도 끔직할 것이다.

◇ 물을 이용한 과학기술〓인류가 에너지 고갈의 공포로부터 벗어날수 있는 대안은 핵융합. 핵분열과는 달리 위험성이 거의 없으면서 오염물질도 배출하지 않는 핵융합 발전을 하는데 물은 필수적이다.

핵융합은 초고온에서 삼중수소와 중수소의 결합시키는 것으로 이 때 사용되는 삼중수소와 중수소의 공급원이 바닷물이다. 바닷물 1ℓ에는 휘발유 3백ℓ열량을 낼 수 있는 중수소가 녹아있다.

물 제트를 이용한 절단 기술도 물의 특성을 이용한 것. 물을 제트기류 마냥 분사하는 물 제트는 아주 정밀한 가공이나 발파가 어려운 지하공간의 굴착 등에 유용, 세계적으로 보급이 늘고 있다.

초속 1~2㎞ 속도로 뿜어져나오는 물은 바위는 물론 왠만한 철판도 쉽게 뚫는다. 물이 워낙 싼데다 점성도 적당하고, 무엇보다 절단면을 변형시키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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