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시장 ‘유람선 접안’논란 언제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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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이 접안할 선착장 설치 예정지인 부산 자갈치 시장 앞 친수공간. [송봉근 기자]

부산의 명물 자갈치 시장 앞 친수공간.친수공간을 따라 걸으면 맞은편 남항대교의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선착장을 만들어 유람선을 접안시키는 문제가 자갈치 시장 상인들과 어선들 간에 의견이 엇갈려 4년째 표류하고 있다.

자갈치 시장 상인들은 선착장을 만들면 관광객이 몰려와 자갈치와 남포동 일대 상권이 살아 날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어선을 가진 조합원들로 구성된 수협은 유람선과 어선들간의 안전사고를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이런 진통 속에 부산시 중구청은 내년 상반기 중에 선착장을 만들어 유람선을 접안시킨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중구청은 내년 초 유람선 운영업체 공모에 나선 뒤 선정된 업체로부터 선착장을 기부채납 받는 방식을 시에 건의하기로 했다. 부산시는 항만 관제시설 공사가 끝나는 2013년쯤 유람선 운항이 가능하다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상권 부활 위해 선착장 필요=23일 부산시 중구청 6층 회의실에서 중구 상인연합회와 어패류조합 대표 20여명이 모여 선착장 조성을 위한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서 참가자들은 반대하는 수협조합원들을 설득하고 상권활성화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결의했다.

이날 선착장 설치 타당성에 관해 부산발전연구원에 의뢰한 용역결과도 공개됐다.

용역결과는 유람선을 운항해도 안전사고 위험이 높지 않다는 쪽으로 나왔다. 주로 새벽에 출어하는 어선 특성상 500t규모의 유람선이 다녀도 충돌우려가 높지 않고, 유람선 운항이 많은 주말 어선 통행량은 평일의 56%에 불과해 어선 운항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2005년부터 올 9월 말까지 자갈치 앞 남항에서 발생한 해상 사고 17건 가운데 운항 부주의로 인한 충돌사고는 4건이었다. 이 가운데 3건은 남항 외항에서 발생했고, 내항 충돌사고는 1건 뿐이었다는 조사결과도 제시했다.

어패류처리조합 이승재(61) 조합장은 “중구 전체의 상권활성화를 위해 유람선 운항이 절실하다. 바다는 일부 기득권자들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배가 붐비면 사고난다=선착장 설치와 유람선 운항을 반대하는 단체는 주로 어선을 보유한 부산시 수협, 대형기선저인망 수협, 대형선망수협,경남정치망 수협, 잠수기 수협 등이다.

이들 단체들은 계류시설이 부족한데다 작은 어선들이 큰 유람선과 충돌할 우려가 크다는 점을 내세운다. 수협 관계자는 “날씨가 나쁜 날은 몰려오는 어선을 댈 곳이 없어 난리를 치르는데 유람선까지 오면 큰일이다”고 말했다.

부산시 해양항만과 임재호 해양개발 담당은 “선박 안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뒤에야 선착장 설치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시는 해상교통관제시스템을 설치하고 예산 10억을 확보해 선착장을 만들려면 2013년쯤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어 중구 상인들과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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