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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세상] '대륙의 맛' 중국식 만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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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사람들이 '출출하다' 고 느낄 때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메뉴가 바로 만두다.

학교 앞의 작은 분식점부터 전국적으로 있는 만두체인점, 크고 작은 중국집, 백화점.상가의 식당가나 스낵코너, 심지어 길가의 노점상 손수레에서도 만날 수 있다.

뿐인가. 큰 식품 회사들이 앞다퉈 만들어 내는 냉동 만두도 있고, 중국에서 수입된 다양한 종류의 딤섬(點心:만두.교자.볶음밥.국수.떡.과자의 총칭)도 있다.

내노라 하는 미식가 가운데는 장안에서 소문난 만두를 찾아 중국식당에서 한식당, 왕만두 전문점까지 순례를 마다하지 않는 극성파들이 많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 본토는 물론 일본.홍콩.싱가폴 등 동남아 대부분의 도회지에서는 서민들이 가장 싸게 쉽게 사먹을 수 있는 친근한 일상음식이다.

우리는 밀가루 반죽을 껍질로 하고 안에 여러 가지 소를 넣고 빚어서 찌거나, 국물에 삶거나 튀긴 것을 모두 합하여 '만두' 라고 부른다.

그런데 만두의 원조국인 중국과 일본에서는 껍질이나 모양에 따라 확실히 구별짓는다.

우리가 찐빵, 왕만두를 부르는 두툼하고 둥근 모양의 만두를 중국에서는 빠오즈(包子)라고 하고, 소를 넣지 않은 찐빵은 만토우(饅頭)라고 한다. 중국 북부 지방에서는 만토우를 밥이나 식빵처럼 주식으로 먹는다.

빠오즈에는 돼지고기.구운 돼지고기(叉肉).새우.게살.팥소.파.죽순.표고버섯.목이버섯.과일 등을 소로 넣는데 재료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단팥이 든 것은 두사포(豆沙包), 채소를 넣은 것은 소채포(素菜包), 구운 돼지고기를 넣은 것은 차소포(叉燒包), 고기와 채소를 넣은 것은 채육포(菜肉包)다.

특히 고기 국물을 굳힌 젤라틴을 썰어 넣고 작게 빚은 소룡포는 씹으면 젤라틴 녹은 육즙이 입안에 가득 퍼져 별미 중의 별미다.

만두의 '창시자' 는 제갈공명이라고 한다.

공명이 남만(南蠻)의 맹획(孟獲, 지금의 미얀마 부근)을 치고 돌아올 때 여수(濾水)에 이르렀는데 풍파가 심해 건널 수가 없었다.

한 부하가 남만의 풍습에 따라 사람의 머리 49개를 물귀신에게 바치는 제사를 올리자고 했다.

꾀 많은 공명은 여기서도 기지를 발휘, 양.돼지고기를 밀가루 반죽에 싸서 사람의 머리처럼 만들어 바쳤다.

파도가 조용해져 무사히 강을 건넌 것은 물론이다.

이 요리가 바로 만인의 머리를 의미하는 만두(蠻頭). 훗날 음이 같은 만두(饅頭)로 바뀌었다.

물만두나 군만두는 중국에서는 짜오즈(餃子)다. 중국 사람들은 '인생의 즐거움은 잠자는 것과 교자를 먹는데 있다' 고 할 정도다. 정월에는 교자를 먹으면서 새해에 금전 운이 따라주기를 소망한다. 모양이 청나라 때의 말굽 모양 은화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1959년 신강 위구르 자치구에 있는 당나라 유적지인 아스타나 고분에서 교자의 화석이 출토돼 당나라 기원설로 굳어졌다.

92년 필자가 실크로드 여행하면서 투루판 박물관에서 반달 모양의 교자를 만났을 때 그 감격스러움이란! 신강.티베트.몽골에서 본 국수나 교자, 만두는 북경이나 상해.홍콩과 크게 다르다.

유목민이 많아서 양고기.양젖.버터.기름을 많이 써서 맛이 느끼한 편이다. 특히 몽골은 채소를 넣은 음식이 극히 드물었다.

중국 교자의 발생지로 꼽히는 당나라의 수도 시안(西安)에 있는 교자 전문 식당인 덕발장(德發長)에는 무려 2백19종의 교자가 있다.

정식을 주문하면 찌고, 굽고, 튀기고, 국물에 끓인 30여종의 교자가 나온다. 패주(키조개의 기둥)에서 발채(髮菜:민물에서 나는 수초).중국햄까지 없는 것이 없을 정도. 아주 정교한 은화(돈).물고기.나비.개구리 모양에 담겨있어 보는 맛도 쏠쏠하다. 후식도 있다. 팥.깨.유자.호두 등 단맛의 소를 넣은 것을 낸다.

이렇듯 다양한 교자이지만 기본은 물만두(水餃子).군만두(鍋貼餃子).찐만두(蒸餃子)다.

교자는 만두와 달리 밀가루 반죽을 발효시키지 않는 다는 것 정도는 꼭 알아두자.

한복진(한림정보산업대학 전통조리과 교수)

◇ 한복진은…

1952년생으로 이화여대 가정대를 졸업하고 한양대 식품영양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궁중음식 연구원 전임강사와 일본의 쓰지 조리사 전문학교 교수를 역임했으며, 94년에 최고의 국가기술자격인 '조리기능장' 을 취득했다. 궁중요리 인간문화재인 황혜성(80)씨가 어머니, 궁중음식연구원 원장 한복려(53)씨.요리학원 원장 한복선(51)씨가 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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