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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신앙] 원불교 박청수 교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1천 개의 손과 눈을 가지고 한량 없는 자비를 베푸는 보살이 천수관음이다.

법정스님은 국가와 종교의 벽을 뛰어넘어 불우한 사람을 돕지 않고는 못배기는 박청수(朴淸秀.63)원불교 강남교당 교무를 천수관음보살의 화신으로 본다.

세계 18개국에 위성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아리랑 TV는 지난 13일 '외로운 전쟁' 이라는 다큐멘터리를 50분간 방영했다. 이 프로는 30여년간 박교무가 국내외 44개국에서 펼친 무지.빈곤.질병 퇴치와 봉사를 담았다.

1956년 원불교 정녀로 출가한 박교무가 봉사활동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은 68년. 추위에 떠는 보육원 어린이들에게 털모자와 타이즈 등을 전달하면서 부터다. 이후 시각장애자.소년원 출소자.소년소녀 가장.저소득층을 구제하는데 열과 성을 다해오고 있다.

그에겐 종교의 벽도 없다. 천주교 복지시설인 성 라자로 마을에 75년부터 해마다 나환우 공동 생일잔치를 열어주며 마을 내 각종 건물의 건축성금을 보내는 데 열성인 것만 봐도 그렇다.

국가의 담도 그는 거뜬히 뛰어넘는다.

89년 내전에 시달렸던 캄보디아 난민돕기에 나선 박교무는 지금도 하루 몇명씩 발목이 잘려나가고 생명까지 잃게하는 지뢰 제거운동에 나서 지뢰 피해자들을 후원하고 있다.

90년부터는 인도 북부 히말라야 첫동네인 라다크에 기숙학교를 건립해 원주민들 교육에 나서는가 하면 50병상규모의 자선 종합병원도 지어주었다. 이렇게 지난 30여년간 국내외에 지원한 금액만 총 30여억원. ' 기업체나 신도 가정에서 모아 해외에 보낸 의류만도 31만여점, 콘테이너로 28대 분량이다.

"세계는 구분 없이 둥글고 도울 사람은 너무도 많다" 고 그는 말한다. 세계 도처에서 헐벗고 굶주리고 병든 사람들 때문에 가만히 앉아 기도만 드리기엔 그의 마음이 너무 아프다.

동정심이 응어리져 몸에 병도 난다. 그들을 현장에서 도우는 일에 매달려야만 병이 낫는다.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는 보살심이다. "보람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서로 살리는 상생의 원리에 따라, 무엇보다 제가 좋아서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 오지에서 살아가는 헐벗은 사람들이 제 아들.딸.형제 등 피붙이 같아요. 한군데 돕다보면 또 다른 군데를 돕고 싶고 그런 마음이 생기면 즉시 행동으로 옮겨야 직성이 풀립니다. 이런 제 직성을 알고 저를 적극 도와줘 전부 '이웃돕기 선수' 가 된 강남교당 신도에게 감사합니다."

그래서 원불교 강남교당은 아픔이 있는 세계의 현장이 바로 교당이다.

3백여 신도가 매달 모은 돈과 의류를 가지고 99년 8월 인도 라다크를 찾았을 때 그곳 주민들은 남녀노소 할것없이 '마더' '마더' 를 연호하고 은혜의 눈물을 흘렸다.

박교무 일행은 열흘간 해발 3천5백m 히말라야 자락 원주민 마을을 숨차게 누비며 도울 일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아직도 끝은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박교무는 그를 '선생님' 이라 부르며 따르는 강남교당 신도와 함께 연민의 현장을 누비고 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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