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은행 우선주 3분의 1넘어 시장규모 왜곡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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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시간이 갈수록 쑥쑥 크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코스닥시장에 예상보다 많은 거품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코스닥시장 규모가 1백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평화은행 우선주(액면 기준 2천2백억원)의 시가총액 44조4백40억원을 빼면 87조1천9백억원에 불과한 수준이다. 예금보험공사가 전량 보유하고 있어 전혀 거래되지 않는 평화은행 우선주가 전체 시가총액의 3분의1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 장난인지, 고의적인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살 수도 없는 주식에 계속 상한가 사자 주문을 내면서 액면가 5천원짜리가 16일 현재 1백만1천원으로 폭등한 것이다. 하루에 무려 5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우선주가 지수 산정에서는 제외되지만 투자판단의 주요 기준 중 하나가 시장규모라는 점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증권사들은 투자자 유치를 위해 이런 사정을 잘 알면서도 코스닥시장 규모가 거래소 시장의 40%를 넘어섰다고 '홍보' 하고 다니고 있다. 증권업협회와 금융감독원 역시 이런 사정을 알고 있으면서도 수수방관하고 있다.

한 코스닥증권시장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이런 사정을 알게 되면 코스닥 활황세에 의구심을 갖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 기관들은 이미 이런 낌새를 채고 있다.

홍콩 메릴린치사는 코스닥시장이 급성장하자 최근 코스닥시장 동향을 매일 점검하며 투자자들에게 유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들이 지난 13일부터 사흘 연속 주식을 순매도한 것도 이와 어느 정도 관련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코스닥시장은 상승종목이 하락 종목보다 1.5배 이상 많아 활황세를 이어가는 것 같지만 상승종목 대부분이 하루 거래대금 50억원 미만의 관리종목 또는 투자유의종목 등 소외주들이다.

지난 9~15일까지 하루 평균 상승종목은 3백1개인데 반해 하락종목은 1백54개에 그쳤지만 지수는 오히려 10포인트 하락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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