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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색정남녀, '色' 이 없는 영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이 영화엔 제목에 비해 '색(色)' 이 없다.

정사장면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땀을 뻘뻘 흘리는 정사에서 관객이 느끼는 '신비' 를 영화 속 영화가 다 거둬 벌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제목은 영화 속 영화 '색정남녀' 를 그대로 땄다.

작품성을 추구하려는 예술가적 욕망과 대중성을 강요하는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영화감독의 이야기이다. 익히 예상할 수 있듯 감독과 여배우 사이의 묘한 연애감정도 빠뜨리지 않는다.

1997년에 홍콩에서 개봉되었을 때 장궈룽(張國榮)의 알몸 연기로 화제가 되기도 했으나 수입 과정에서 성기 노출 부분을 모자이크 처리해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아성(장궈룽)은 연인 메이(莫文尉)에 얹혀사는 3류 영화감독. 독특한 작품세계를 꿈꾸는 그지만 결국 에로물을 찍기로 현실과 타협한다. 그러나 에로물 연출도 녹녹하지 않다.

영화사측은 끊임없이 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을 강요한다. 급기야는 대중매체의 관심을 노려 도심 공중전화 박스에서 정사를 벌이는 장면도 들어간다

영화 속 에로 영화의 촬영이 한창일 때 예술성을 자부했던 자신의 영화에 대한 악평을 견디다 못해 어느 감독이 자살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가 죽은 뒤 영화는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히트를 한다. 이 영화의 연출자가 하고자하는 말은 이 대목에 함축적으로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감독의 고뇌' 는 영화의 소재로 삼기에는 아무래도 진부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그리고 영화제작상 팀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제작진 모두가 나체로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도 실소를 짓게 한다.

어동성(爾冬陞)감독. 18일 개봉.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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