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이나 비방도 전염된다

중앙일보

입력

남을 비방하거나 비난하는 습성이 전염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23일 미국 남가주대(USC)의 마샬 경영대와 스탠포드대 조직행동학과의 공동연구진이 ‘미국 사회심리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에 게재한 내용에 따르면 타인에 대한 공개적 비난을 목격하면 덩달아 다른 사람을 비난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헐뜯기의 전염’을 주제로 한 이번 연구는 한 그룹에게 아놀드 슈왈츠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주의 재정파탄에 대한 특정그룹의 책임을 전가하며 헐뜯는 신문기사를 읽게 했다.

다른 그룹에게는 슈왈츠네거 주지사에게 총괄책임이 있다는 기사를 읽게 한 결과 특정그룹을 헐뜯는 기사를 읽은 사람은 잘못 여부를 확인하기도 전에 타인을 비난하는 경향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마샬경영대 나다낼 패스트 교수는 “특정한 사람이 공개적으로 비난받는 것을 목격하면 자아의 이미지가 공격받고 있다고 느껴 자아보호본능에 따라 다른 사람을 비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 조직 내에서 상사들의 공개적인 비난이 상습적이라면 직원들은 비난이 두려워 모험을 피하고 혁신적·창조적인 일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것. 패스트 교수는 “실수로부터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는 문화가 퍼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실험 결과 개인의 자존감을 북돋아주는 과정을 거친 사람은 쉽게 남을 비난하거나 헐뜯는 데 동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뤘다.

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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