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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증시 '양극화 몸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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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세계 증시에 소위 '닷컴주'와 '굴뚝주'의 따로가기 장세가 심화되고 있다.

인터넷, 정보통신과 관련된 기업의 주가는 매일 날개돋힌 듯 치솟고 있지만 그동안 증시의 대표주로 꼽혔던 제조업 관련 주가는 끝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동반상승' '동반하락'의 경향이 강하던 미 증시에서는 최근 차별화가 극명해지자 "아침에 미 증시의 대표지수를 나스닥으로 바꾸자"는 애기까지 나오고 있다.

◇ 뜨는 '닷컴주' , 침몰하는 '굴뚝주' 〓대부분 닷컴주로 구성된 나스닥지수는 거의 매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연초 대비 2개월 사이에 24%가 뛰었다. 반면 다우지수의 경우 연초 대비 13%나 떨어졌다. 시가 총액 면에서도 나스닥이 3조1천억달러 증가했지만 미 전체 증시로 볼때는 2조5천억달러만 상승했다. 나스닥 이외의 증시에서는 6천억달러의 주가 손실이 있었다는 얘기다.

때문에 월가에서는 "다우지수에 편입된 30개 종목에 닷컴 종목이 4개밖에 안되는 만큼 코닥.필립 모리스.알코아.인터내셔널 페이퍼.캐터필러 등을 빼고 대신 시스코.AOL.야후.오라클.노키아를 넣어야 한다" 는 구체적인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단지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영국의 경우 제조업.소매업 주식의 시가총액이 최근 8개월 사이 1천5백억파운드(3백조원)나 감소하자 대표지수인 FTSE 100지수를 닷컴주 위주로 개편해버렸다.

일본에서도 소프트뱅크.히카리통신 등 닷컴주들의 장이 연출되면서 전통주들의 시가총액이 형편없이 떨어지고 있다.

홍콩 증시에서는 최근 상장된 톰닷컴의 공모청약 경쟁률이 2천대 1을 넘었던 반면 일반 제조업의 경우에는 청약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 '굴뚝주' 의 몸부림〓제조업체들은 경기과열을 막기 위한 금리인상 조치가 이미 불황에 빠진 자신들의 주가만 더 떨어뜨릴 뿐 정작 목표로 하는 닷컴주의 주가는 끌어내리지 못함으로써 투자자들이 다시 닷컴주로 몰리게 만드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당장 주가가 떨어지면서 겪는 어려움은 자금조달난이다. 이 때문에 석유.철강 등 제조업체들과 금융기관들은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인수합병(M&A)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일부 항공.화학 종목 업체들은 상장자체를 철회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기업 이미지나 임직원들의 사기를 위해 아예 상장을 취소하는 게 더 낫다는 자조적인 움직임이다.

◇ 닷컴주 거품논란〓닷컴주의 거품여부를 둘러싼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웰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수석 투자담당자 제임스 폴슨은 "통화당국의 경기과열 억제 의지가 강한만큼 나스닥도 올해안에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며 "이 경우 닷컴주 전체가 큰 타격을 받을 것" 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금융서비스사인 핸서드의 펀드매니저 질 클라크 등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미 인터넷 산업기반이 자리잡은만큼 조만간 나스닥지수가 다우지수를 추월하는 날이 올 것" 이라며 "지금은 (닷컴주에서) 발을 떼면 바로 모두가 죽는 게임(dead man 's game)" 이라고 말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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