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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 교정행정 개혁 나선 김정길 법무장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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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김정길(金正吉)법무부장관은 역대 장관 가운데 지방의 교도소.구치소를 가장 자주 방문하는 등 교정행정 발전에 남다른 관심을 쏟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광주지법에서 달아났던 탈주범 정필호가 검거된 다음날인 지난 8일 金장관을 집무실에서 만나 교정행정과 선거대책 등을 물어봤다.

한부환(韓富煥) 법무부 검찰국장과 박영렬(朴永烈) 공보관이 배석한 가운데 1시간 이상 진행된 인터뷰에서 金장관은 주요 통계를 자료도 보지 않고 제시해가며 교정행정 발전계획을 자세히 설명했다.

金장관은 "광주지법에서 달아났던 탈주범이 모두 잡혀 홀가분한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할 수 있게 됐다" 며 "이번 사건으로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검거에 적극 협조해준 시민 여러분께 특히 감사 드린다" 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정 행정을 확 바꾸기 위한 대책들을 과감히 추진하겠다" 는 그는 "교정행정의 개혁이 장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고 말문을 열었다.

金장관은 최근 파문을 낳고 있는 일부 정치인들의 지역감정 자극 발언과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 등 정치적 문제에 대해선 원론적이고 짤막한 답변으로 말을 아꼈다.

- 탈주사건으로 많은 국민이 놀랐습니다. 큰 피해 없이 마무리되긴 했지만 재판을 받으러 나온 피고인이 교도관을 찌르고 달아난 것은 교정행정에 구멍이 뚫렸다는 증거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법무부는 앞으로 장.단기 교정행정의 개혁방안을 마련,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전국 교정시설의 보안장비 운용실태를 일제히 점검, 41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노후시설은 즉시 교체하고 부족한 장비를 확충토록 했습니다.

특히 모든 수용자가 출정 등을 위해 장소를 이동할 때는 반드시 검신기를 통과하도록 설치 장소를 재조정했습니다.또 3년 이내에 교도관 2천여 명을 증원해 교도관 대 수용자 비율을 현재 1대5. 9명에서 1대5명 수준으로 낮출 계획입니다. "

- 교정시설이 겨울에는 냉동고, 여름에는 찜통 같은 상황에선 오히려 재소자에게 사회적 반감만 갖게 할 뿐 말 그대로 '교정(矯正)' 역할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봅니다.

"타당한 지적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교정시설 확충과 환경 개선을 위한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만 아직 크게 미흡한 게 사실입니다. 현재 교도소.구치소 당 평균 수용인원은 1천5백여명입니다.

구치시설도 3개 지소를 포함해도 10개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구치소만 1백17개에 달하며 교정시설 당 평균 수용인원이 2백80명선인 일본과 비교할 때 확충이 시급합니다.

화장실.난방장치 등 수용환경도 미흡한 게 사실입니다. 때문에 현재 각종 개선안을 마련 중입니다. 영등포 구치소.교도소 이전과 밀양.해남.영월 구치지소 신설을 위해 부지를 물색하고 있습니다.

청주여자.순천 교도소와 서산구치소 등 9개 시설은 한창 신.개축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교도소.구치소 내 난방장치도 개선해 내년까지 모든 시설의 연탄 난방 방식을 스팀 난방 방식으로 개선할 계획입니다.

재래식 화장실도 내년까지는 모두 수세식으로 바꾸도록 했습니다. 또 내년까지 모든 감방에 TV 모니터를 설치할 예정이며 독서 권장을 위해 식탁 겸용 책상도 지급할 방침입니다. "

- 재소자들이 사회에 복귀했을 때 건전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훈련하는 것도 교정 당국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라고 봅니다. 특별한 방안이 있습니까.

"출감 후 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면 먹고 살 수 있는 기술과 직업이 있어야 합니다. 교정 행정이 징벌보다 교육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21세기는 정보화 사회입니다.

직업.기술 교육에도 이 점을 간과할 수 없지요. 첨단.취업 유망 직종의 직업훈련에 역점을 둘 생각입니다. 지난해 이미 수원교도소 등 7개 시설의 수용자 2백50여 명을 상대로 취업을 위한 컴퓨터.정보화 교육을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올해는 훈련인원을 1천1백여 명으로 대폭 늘리겠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쇄기술 등 시대에 뒤떨어진 4개 직종에 대한 교육 훈련을 폐지하고 대신 애니메이션.컴퓨터수리.피부미용.제과 등 12개 과정(표 참조)을 신설했습니다. "

- 현재 일부 시범실시되는 재소자 두발 자유화에 대한 반응이 좋은 것 같습니다.

"지난달부터 4개 시설에서 시범 실시하고 있는 두발자유화는 오는 7월부터는 전 교정시설로 확대합니다. 재소자 가족들이 집에서 면회를 할 수 있는 화상접견제도 시작합니다.

수형자 귀휴 허가 요건도 대폭 완화해 앞으론 수형 기간의 3분의 1만 경과해도 귀휴가 가능토록 했으며 그 기간도 형기 중 3주일 이내에서 1년 중 10일 이내로 늘렸습니다.

사회복귀 준비를 돕기 위해 외출.외박 제도를 확대하고 '부부 만남의 집' 운영도 활성화할 생각입니다. 가석방도 대폭 늘립니다. 지난해엔 1998년 대비 78.4% 증가한 8천5백여 명을 가석방했으며 앞으로는 더욱 확대할 예정입니다. "

- 최근 일부 정치인들의 지역감정 조장 발언과 불법 선거운동이 심해진다고 합니다. 이번 선거가 공명하게 치러지게 할 자신이 있습니까.

"망국적인 지역감정 조장 행위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검찰의 강력한 단속 못지 않게 언론의 계도와 국민의 의식전환이 중요합니다. 16대 총선에서 지역감정이 되살아나지 않도록 국민이 적극 협조해줘야 합니다.

검찰은 전국 53개 지검.지청에 '선거사범 전담수사반' 을 편성해 공안담당 부장검사 지휘 아래 선거사범 단속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 검찰.경찰.지방행정기관 소속 선거담당직원 등 모두 3천9백여 명으로 '합동단속반' 을 편성했습니다. 특히 불법선거운동이 벌어질 가능성이 큰 당원단합대회.연설회 등의 현장을 직접 확인, 단속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 계획입니다. "

- 정부가 각종 선심 정책을 발표하는 등 여당돕기가 심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편으론 총선시민연대 등 시민단체의 선거법 위반 행위에 대해 정치권의 불만이 많은데 장관의 견해는.

"최근 정부 부처의 사업계획 발표에 대해 일부에서 선거를 앞둔 선심 행정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지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시급한 정책 현안의 집행을 선거 후로 연기하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단체들의 통상적인 활동에 대해서는 선거기간 중 단체의 선거운동을 허용한 선거법의 개정 취지와 일반 국민의 정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처리할 방침입니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비방하거나 악의적인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등 개정 선거법을 어기는 경우 통상적인 처리 절차에 따라 엄벌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시민단체들도 가능한 한 선거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활동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선거법의 테두리 내에서 공명선거 추진활동을 펼쳐나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

- 최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특정고의 파벌화 움직임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는 한편 일부 야당에선 인사 편중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검찰 인사에서도 일부 불만의 목소리가 있는 데.

"(목소리를 높여)단언하건대 검찰과는 상관이 없는 얘기입니다.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의 출신 지역과 고교를 한번 분석해 보세요. 과거 정권하의 비상식적인 일부 지역의 차별.배제가 다소 시정됐을 뿐 또 다른 차별이나 편중.배제는 없습니다. 평 검사 인사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난달 단행한 부장 검사급 이하 인사에서도 모든 검사들에게 능력 발휘의 기회를 준다는 원칙이 적용됐습니다. 지방에서만 일해온 검사들을 대거 서울지검으로 배치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앞으로도 최소한 검찰만큼은 지역 차별 논란 등 인사상의 잡음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

정리〓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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