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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리포트] 고어-부시 "無黨派 잡아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미국 대선이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과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의 양자 대결로 압축되면서 사실상 본선 레이스가 시작됐습니다.

중앙일보는 미 대선 현장과 이슈들을 생생하게 전하고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김진 워싱턴 특파원의 '미 대선 리포트난' 을 신설합니다.

민주.공화 양당이 사실상 후보를 확정한 가운데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는 어느 당에도 속하지 않은 무소속 유권자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분석가들은 물론 후보 자신들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과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는 무소속 표밭갈이에 재빨리 나서고 있다.

최근 고어 부통령은 자신의 상승세와 부시의 예선 고전에 힘입어 여론조사에서 부시와 대등한 위치에 올라섰다. 타임지 조사에서는 48% 대 46%로 앞서기도 했다.

대통령 선거전이 시작된 이래 고어가 부시를 앞지르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는 처음이다. 이런 상승세에 가속도를 붙이려는 듯 고어의 발걸음도 한층 빨라졌다.

12일(한국시간) 고어는 제시 벤추라 미네소타 주지사와 만났다. 프로레슬러 출신인 벤추라는 무소속 유권자들이 집중적으로 지원해 당선시킨 대표적인 비(非)정당권 정치인. 청바지와 카우보이 장화를 똑같이 신은 두 사람은 무소속 유권자들이 11월 선거를 결정짓게 되리라는 데 분석을 같이했다.

무소속 유권자들이 이단아로 통하는 벤추라를 밀었던 것처럼 이번 공화당 예비선거에선 이단아로 분류되는 매케인에게 표를 몰아주었다.

무소속은 정당소속 유권자들보다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한데 매케인이 제시한 개혁공약을 높이 샀던 것.따라서 부시는 매케인을 포섭하는 것을 무소속 공략의 1단계 전략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매케인은 레이스를 포기하면서도 부시에 대한 지지선언을 유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케인은 서둘러 부시와 만나거나 그에 대한 지지를 선언할 의사가 없음을 11일 다시 한번 밝혔다.

매케인은 "공화당이 무소속을 끌어들일 수 있는 믿을 만한 개혁공약을 제시하지 않는 한 11월 선거에서 패배할 것" 이라고까지 말하면서 부시를 겁주고 있다. 매케인은 며칠간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오는 20일 상원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무소속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부시는 매케인을 지지했던 무소속의 상당수가 여론조사에서 자신보다 고어쪽으로 가려는 것으로 나타나 걱정이다. 부시는 "선거운동 개혁 같은 정책을 놓고 매케인과 함께 일하기를 희망한다" 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물론 매케인은 꿈쩍 않고 있다. 부시측은 "엘리자베스 도울도 경선후보 사퇴후 10주가 지난 다음에야 부시 지지를 밝혔다" 는 점을 일깨우며 초조한 마음을 달래고 있다.

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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