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주총 투신사 목소리 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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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대표적인 기관투자가인 투신사들이 올 주총에서는 보유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가관리가 부실한 기업들은 소액주주는 물론 투신사들의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투신사들은 자사 수익증권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주가상승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지난해부터 부여된 의결권을 올해부터 십분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12일 투신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신.대한투신.현대투신 등 주요 투신(운용)사들은 고객이익 극대화라는 대원칙 아래 고객의 자산가치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는 상장사들의 경영방침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을 개진하고 의결권을 적극 행사키로 했다.

투신사들은 수익증권 판매로 조성한 펀드에 편입된 1백~1백20개 핵심기업의 주총에 모두 참석한다는 방침아래 ▶16일 삼성전자▶17일 포항제철.한국전력.삼성항공.LG화학▶24일 한국통신 주총에 대비하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는 특히 자격이 없는 사외이사를 선임하거나 주식가치를 희석시킬 안건에 대해서는 소액주주들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높이기로 했다.

투신사들은 특히 주식을 싸게 매입할 수 있는 스톡옵션(주식매입 선택권)을 임직원들에게 부여하는 경우 신주를 발행해 스톡옵션을 주는 방식에는 반대할 계획이다. 신주 발행이 늘어날 경우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신 회사 자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스톡옵션을 주라는 입장이다.

한국투신 김성대(金成大)주식운용부장은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안건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하겠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투신은 주주이익에 위배되는 주총 안건이 있을 경우 기업별로 사전에 모두 대응키로 하고 이런 요구가 먹히지 않을 경우 주총에서 법적 권리인 의결권을 최대한 행사하기로 했다.

같은 차원에서 대한투신은 삼성전자 등 핵심기업에는 주식투자부장이 직접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이상호(李相鎬)주식투자부장은 "올해는 고객자산가치 증대를 위해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면서 "부장이 직접 가지 못하는 곳에는 펀드매니저를 보내 소신껏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지시했다" 고 말했다. 현대투신도 현재 유사한 주총 대응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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