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 전남 … 속앓는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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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2일 전남 영산강에서 열린 4대 강 기공식에 참석해 이명박 대통령을 지원·격려해 준 박광태(사진 왼쪽) 광주시장과 박준영(오른쪽) 전남지사에 대해 민주당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박 시장은 기공식에서 “(이 대통령이) 선진 일류국가의 성공한 지도자로 남기를 기원드린다”고 축사를 했다. 박 지사도 “대통령님의 정책이 성공하길, 건강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4대 강 기공식에서 민주당 출신 박 시장과 박 지사가 성공을 기원했다”며 “4대 강 살리기에 대한 지역민과 국민 모두의 높은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황한 민주당 지도부는 23일 두 사람을 공개 비판했다. 정세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영산강을 살리려는 의욕은 나무랄 생각이 없지만 당원은 당의 의견을 따라야 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우상호 대변인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너무 심한, 과도한 발언”이라 고 비판했다.

하지만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박 지사가 기공식 참석 전에 전화로 ‘어떻게 생각하나’고 묻기에 ‘지자체장으로서 당연히 가야 한다’고 답해 줬다”고 옹호했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두 사람이 이 대통령을 향해 ‘용비어천가’를 불렀다고 하는데 발언이 실제 그런 수준인지는 따져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대되자 정세균 대표는 “박 지사, 박 시장보다는 굳이 영산강에서 기공식을 하고 ‘민주당 의원들이 마음은 있되 몸은 올 수 없어 안타깝다’고 거론한 이 대통령이 진짜 문제”라며 “이번 일이 당내 분열로 비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제창 원내대변인도 “민주당이 두 사람을 비판한 건 지역 주민들을 의식해 ‘4대 강 전면 백지화’에 동조하지 않는 일부 의원에게 ‘당론을 따라 뭉쳐 적전분열을 피할 때’란 메시지를 던진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남 나주-화순이 지역구인 최인기 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정부가 졸속으로 밀어붙인 방식이 문제이긴 하지만 영산강의 수질 개선과 홍수 예방을 위한 준설사업과 보·제방 건설엔 찬성한다”며 “당론도 영산강과 관련해선 정해지지 않은 걸로 안다”고 말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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