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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공공목욕탕 인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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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집에서 물을 데워 씻을 때는 어설펐는데,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니 얼마나 개운한지 몰라.”

19일 오전 11시쯤 전남 신안군 비금도 복지타운의 목욕탕 입구. 여탕에서 막 나온 박정임(73) 할머니는 “몸이 날아갈 것 같다”며 좋아했다.

비금도는 3900여 명이 사는 제법 큰 섬이지만 공중목욕탕이 없었다. 그 때문에 주민들은 집에서 간신히 목욕을 하거나 여객선으로 2시간 이상 거리인 목포에 나갈 때나 할 수 있었다. 나이가 많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목욕은 한 해에 서너 차례밖에 하지 못하는 큰 행사였다.

그러나 지난달 7일 복지타운 개관과 함께 화·수·목요일 목욕탕이 문을 열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관리인 김승수(26)씨는 “65세 이상 노인 요금은 1000원인데 매주 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여탕은 하루 35~40명, 남탕은 15~20명씩 이용한다고 한다.

함평군 월야면의 공공목욕탕은 매일 문을 여는 데도 여탕은 하루 20~30명, 남탕은 7~8명씩 들른다. 가까이 있는 복지회관에서 요가강좌를 하는 월·수요일 아침에는 몸을 씻고 강습 받으러 가려는 사람들로 목욕탕이 비좁을 정도다. 관리인 조은님(40)씨는 “나이 드신 분이 많이 와 한두 시간 쉬면서 땀을 빼고 가신다”며 “농사일을 마친 뒤 들러 씻고 집에 가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월야 공공목욕탕은 경로당 2층에 148㎡(45평)를 증축해 만들면서 찜질방을 함께 설치했다.

민간 공중목욕탕이 없는 농어촌에 예산을 지원해 만든 목욕탕이 주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전라남도는 2006년부터 공중목욕탕이 없는 면 지역에 도비 1억~1억5000만원씩을 내고 같은 금액을 시·군이 부담해 공중목욕탕을 짓고 있다. 당시 조사한 결과 22개 시·군 중 목포를 뺀 21개 시·군의 198개 면 가운데 65%인 129개 면이 공중목욕탕이 없었다. 인구가 적고 소득수준이 낮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애초부터 없거나 있던 것도 폐업한 때문이다.

이진(56) 전남도 노인복지과장은 “목욕조차 하지 못하면 삶의 질이 떨어질 뿐 아니라 노인의 경우 만성질환이 더 오래가기 때문에 도청이 특수시책으로 공공목욕탕 건립사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한 곳당 연간 1000만원 정도 운영비도 보조한다. 공공목욕탕은 현재 55개 면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24개 면에서 공사 중이거나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초기에는 목욕탕만 지었지만 최근에는 보건지소·노인회관과 함께 건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찜질방이나 체력단련실을 곁들이기도 한다.

공공목욕탕은 장애인·저소득자에게는 무료이고, 일반인에게는 1000~2000원을 받는다.

경남 통영시도 욕지도에 5억7000여만원을 들여 공공목욕탕을 지어 최근 문을 열었다. 통영항에서 뱃길로 32㎞ 떨어진 욕지도에는 2400여 명이 살지만 공중목욕탕이 없었다.

이해석·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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