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매출 40조원, 통신장비 회사 ‘화웨이’의 판야오 한국지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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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한국 이동통신사들과 부부관계를 맺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중국 통신장비 회사인 화웨이의 판야오(潘遙·32·사진) 한국지사장은 “한국만큼 제품력과 파트너십을 동시에 중요시하는 시장이 드물다”며 ‘부부관계’로 운을 띄웠다. 그는 “한국에서 이동통신사들이 통신장비를 구입하면 납품한 장비회사가 거의 15년 동안 보수와 업그레이드를 해줘야 하는데, 이 정도면 연인도 아닌 부부관계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화웨이는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떠오르는 회사다. 지난해 글로벌 매출이 약 30조원이고, 올해는 4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세계 1위인 스웨덴 에릭슨에 이은 2~3위 규모다. 올 3월 취임한 판 지사장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태국에서 6년, 베트남에서 2년간 해외지사 생활을 하면서 화웨이의 글로벌 시장 확대에 한몫했다. 그는 기자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다며 “헝-님(형님)”이라고 부르는 등 한국문화에 빨리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 시장에서 힘든 점은.

“화웨이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한국에선 아직 목표달성을 못하고 있다. 한국 통신사들은 삼성·LG 등 국내사를 선호하는 경향이다. 애프터서비스 등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고려한 것이다. 한국도 중국처럼 ‘콴시(관계)’를 중요시한다. 화웨이는 한국 고객사와 신뢰를 쌓아가는 중이다.”

-창사 20년 만에 글로벌 기업이 됐다.

“4세대 유럽 이통기술인 ‘LTE(롱텀에볼루션)’ 부문에서는 더욱 경쟁력이 있다. 그래서 한국 시장처럼 3세대 이통기술이 탄탄한 곳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모바일 와이맥스와 함께 LTE 투자까지 이뤄지면 화웨이에도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한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세우나.

“화웨이는 매년 20억 달러 정도를 R&D에 투자한다. 화웨이가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R&D센터는 꼭 필요한 시설이다. 아직 한국 업체들의 LTE 투자 계획이 세워지지 않아 시간 여유가 있다. 당분간 한국 내 파트너사와 협력에 주력하겠다.”

-신생 기업으로 조직관리는.

“중국 내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힌다. 전체 직원의 평균 연령이 29세다. 임원도 40대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른 조직관리 문제를 체계적인 시스템과 트레이닝으로 해결한다. 해외시장에 진출할 무렵부터 IBM 등 선진화된 시스템을 도입해 인사·품질·재무·고객 관리를 해오고 있다. 외부 인사 영입의 문도 상당히 열려 있는 편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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