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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아산서 뮤지컬 ‘the 사랑’, 연극 ‘신창읍내이야기’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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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지역 유일의 소극장인 ‘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the 사랑’. [아트센터 제공]

#1. 토니 올란다가 부른 오래된 팝송이 흐른다.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 아직 나를 사랑한다면 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 달라고 한다. 뮤지컬 ‘the 사랑’.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던 취업 삼수생과 여 음악교사가 ‘하룻밤 사건’으로 사랑을 확인한다.

#2. 무대는 아산 신창면. 옆집 친구였던 두 남녀가 20세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한다. 사랑은 아이를 낳던 아내가 죽으며 끝이 난다. 아내는 마을공동묘지에서 죽은 시어머니를 만나 옛날을 회상한다. 소녀시절 늦잠자는 나를 소리쳐 깨우던 엄마. 짧았던 삶이었지만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연극 ‘신창읍내 이야기’)

세밑으로 치닫는 11월 하순. 천안·아산에서 뮤지컬·연극 무대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 주말 그곳을 찾았다. 관객은 적었지만 배우와 객석의 열기는 뜨거웠다.

뮤지컬 ‘the 사랑’은 천안 방죽안오거리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다음 달 6일까지 상연된다. 창작뮤지컬로 천안에서 첫 무대에 오른 뮤지컬이다. 배우들 노래가 수준급이다. 여주인공이 귀에 익숙한 ‘댄싱퀸’을 눈앞에서 춤을 곁들여 멋드러지게 부른다. 좌석 100석 남짓의 좁은 공연장이 배우와 관객을 하나로 만든다. 관객의 깜짝 출연 시간. 한쌍의 젊은 커플에게 프럽포즈 기회가 무대 위에서 주어졌다. 오늘이 125일째 만남의 날이란다. 남성이 노란 리본에 미리 써 놓은 사랑의 편지를 읽고, 무릎을 꿇은 채 꽃다발을 바친다. 꽃다발은 뮤지컬 남주인공 것을 잠깐 빌렸다. 관람료는 1만원으로 한편 영화값 수준이다. 평일(월요일 휴관)은 오후 8시, 토·일 오후 4, 7시 공연. 041-557-4717.

연극 ‘신창읍내이야기’는 지난해에 이어 지난 20, 21일 또 상연됐다. 올해 리모델링후 개관한 아산시청사 3층의 대극장. 21일 오후 7시 400석 규모 극장에서 30여 명만이 관람했다. 무료 공연인데도 관람객은 적었다. 그러나 공연은 더없이 좋았다. 어린 학생들의 연기가 놀랍도록 뛰어났다. 원작은 소온톤 와일더(Thornton Wilder)의 ‘우리 읍내(Our Town)’로 1938년 초연된 이래 전 세계에서 각색돼 공연되고 있다. 어디서 본듯한 낯익은 배우들이 ‘동네 연극’의 친숙함을 준다. 공연이 끝나자 친구·이웃들이 객석에서 나와 배우에게 꽃다발과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천안·아산에서 서울 등 외부단체 공연도 많이 열린다. 그렇지만 지역 극단에 의한 작품도 끊임없이 오른다. 어려운 여건에서 지역문화를 살찌우는 힘든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뮤지컬 공연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지역 문화를 발전시키는 건 공연장을 많이 찾아 주는 것뿐”이라며 “서울 대학로 공연 못지않은 감동이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주말, 아산시보건소 소극장 무대에선 지역극단 ‘설화’의 미스터리 연극 ‘누구냐 넌?’이 오른다. 제자들이 털어놓는 정년퇴임을 앞둔 노교수의 과거 얘기를 들어보자. 공연 오후 7시(27,28일),오후 4시(27일). 041-547-7764.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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