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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마법사가 몰려온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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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마술사가 누구냐고 물으면 아는 사람들은 예외없이 미국의 해리 후디니를 꼽는다. 그는 1874년 헝가리에서 출생해 곧바로 부모와 함께 미국에 이민해 8세 때부터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쇼단원으로 활약하면서 마술을 익히기 시작했다.

그가 대중적 인기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1890년대 후반 '생매장 묘기' 를 실연해 보이면서부터였다. 관 속에 갇힌 채 땅속 깊이 파묻혔다가 한시간쯤 뒤 탈출해 보이는 묘기였다.

그의 명성은 지구를 온통 휩쓸었다. 영국 작가 버나드 쇼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세 사람으로 예수 그리스도와 후디니와 명탐정 셜록 홈스를 꼽았다.

홈스는 실존인물이 아니라 영국 작가 코넌 도일이 만들어낸 탐정소설의 주인공이다. 도일은 후디니도 실존인물이 아닌 영매(靈媒)같은 존재라 믿고 후디니에게 '정체를 밝히라' 는 전보까지 보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흉내를 내려다 목숨을 잃었다. 그의 인기는 갈수록 치솟았고, 그의 기술은 나날이 발전했다. 이 무렵 미국에서는 한 작가가 소설 속에서 마법사를 탄생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프랭크 바움이었다.

후디니보다 10여년 전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일찍이 신문기자.배우.프로듀서.세일즈맨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후디니가 명성을 얻기 시작한 1890년대 후반부터 작가로 변신했다. 그가 1900년 첫선을 보인 아동소설 '오즈의 마법사' 는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그 이후 모두 14권을 완결했다.

바움이 후디니로부터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오즈의 마법사' 가 후디니의 '마술 붐' 에 얼마간 힘을 입었음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은 같은 시대에 같은 곳을 본거지로 삼았으니까. 사람들은 '초자연적인 힘' 에 한없는 매력을 느끼게 마련이다.

거기서 인간이 할 수 없는 어떤 일에 대한 대리만족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화 가운데 상당수가 마술사나 마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영국의 한 무명 여류작가가 쓴 마법사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가 전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지난해말 우리나라에도 상륙해 수십만부가 팔려나가더니 뒤이어 '오즈의 마법사' 도 국내 최초로 전14권이 완역 소개된다는 소식이다.

'오즈' 와 '해리 포터' 사이에는 약 한세기의 시간적 격차가 있지만 시대변화와는 상관없이 이들 마법사 소설은 환상의 나라로 여행하는 첩경일 것이다.

요즘에는 아동들보다 성인들이 이런 소설을 더 즐겨 읽는다고 하니 그것도 우리가 삭막한 세상을 살고 있다는 한 증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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