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체트 처벌놓고 칠레 분열 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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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산티아고.런던〓외신종합] 칠레의 전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84)의 석방과 칠레 귀국을 둘러싼 갈등과 분열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칠레 곳곳에선 찬반 시위가 계속됐고, 그의 건강 이상설이 허위라는 의문이 제기됐는가 하면 석방 자체가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는 언론의 비난도 이어졌다.

영국에서 석방된 피노체트는 지난 4일 귀국 후 산티아고의 자택에서 가족들과 귀국 첫 밤을 지냈다. 그러나 수천명의 칠레 시민들은 그를 재판에 회부하도록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다 진압 경찰과 곳곳에서 충돌했다.

시위대는 피노체트를 인권침해 혐의로 기소할 것을 요구하며 산티아고 도심에서 가두행진을 벌였으며 1973년 피노체트의 집권을 가져온 쿠데타 당시 군부의 공격 목표가 됐던 라 모네다 대통령궁 앞에서의 시위가 절정을 이뤘다.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물대포를 쏘고 경찰봉을 휘둘렀으며 시위 군중은 투석으로 맞섰다. 시위 진압과정에서 일간지 라 나시온의 사진기자가 머리를 다치는 등 다수의 부상이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그의 건강상태에 대해 강한 의문이 제기됐다.

17개월간의 연금에서 풀려난 피노체트는 산티아고 공항에서 휠체어에서 자신의 두 발로 일어나 영접나온 친척들을 포옹했다. 그는 몸을 의지하고 있던 지팡이를 공중으로 휘두르는 여유까지 내보였다.

피노체트는 런던에서 산티아고까지 24시간의 여행에도 별로 피로하지 않은 기색이었고 산티아고 군병원에서 검진을 받은지 9시간도 못돼 퇴원했다. 이 때문에 피노체트가 석방을 위해 허위로 쇠약한 모습을 연출했던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영국 일간지 선데이 미러는 피노체트가 영국에서 자격을 갖춘 정신과 의사의 검진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5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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