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알면 재미있다, 예산 이야기] 국방 예산 깎아도, 장병 사기는 안 깎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2012년)이 ‘임박’했지만 국방 예산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정도로 ‘압박’이 심하다. 총액 29조6039억원으로 2010년도 예산 증가율(안)이 2009년도 7.1%의 절반인 3.8%에 그쳤다. 더구나 “무기 도입 사업의 리베이트(커미션)만 없애도 방위력 개선비 20%를 줄일 수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얼마나 예산이 깎일 지가 관심이 될 정도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꿋꿋이 살아남은 신규 예산들이 적잖다. 대부분 ‘장병 사기용’이다.

22일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들에 따르면 지난 19일과 20일 열린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위원장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에선 손톱깎이가 도마에 올랐다. 신병들에게 지급하려고 예산을 뽑으니 3억8000만원이나 됐다. 개인 지급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도 있었지만 육군 여군단장(대령) 출신인 한나라당 김옥이 의원이 “장병 위생을 위한 품목이니 반영하자”고 정리했다고 한다. 생일을 맞은 장병들에게 쌀떡 케이크를 주는 예산 47억원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는 쌀 소비진작 효과까지 겸한 예산이다.

국방부가 당초 동결 방침을 세운 사병 봉급을 ‘상병 기준 월 10만원’으로 인상키로 한 것도 사기를 고려한 결정이다.

국격(國格)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예산도 1순위로 반영됐다. 민주당 안규백,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이 의기투합한 대통령 전용기 구입용 예산(140억원)이 대표적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 퇴치 활동을 벌이는 청해부대원들을 위한 김치 예산도 반영됐다. 배 위에 설치할 러닝머신 등 체육기구 2100만원, 가정용 캠코더 밖에 없어 해적을 근접 촬영하다 로켓포에 맞을 위험에 노출된 부대원들을 위한 고성능 촬영장비 예산 1억4000만원도 ‘장병 사기+국격용’ 예산으로 분류돼 무사 통과됐다.

강주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