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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추적] 판교·동탄 … 편의시설 아직도 빈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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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경기도 판교신도시의 핵심 시설로 개발될 알파돔 부지. 대지 13만7500㎡에 복합단지를 지을 계획이나 사업 자금을 끌어들이지 못해 방치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21일 찾은 경기도 판교신도시. 아파트촌 한가운데 13만7500㎡의 황량한 빈 땅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인근 지하철 신분당선 판교역 공사장에서 날아온 흙먼지만 날리고 있을 뿐 썰렁한 모습이다.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이곳에는 판교신도시의 얼굴이자 핵심 편의시설인 알파돔 복합단지 공사가 진행돼야 한다. 그러나 2007년 5월 사업을 시작한 이 5조원짜리 공사가 사업자금이 모자라 지연되면서 흉한 터로 변했다.  

이런 사정은 판교만이 아니다. 동탄·광교·한강·파주교하 등 수도권 2기 신도시 대부분이 같은 상황이다. 동탄 메타폴리스 복합단지는 주상복합아파트만 들어선 채 백화점 같은 편의시설은 사업시작 6년이 지나도록 착공도 못해 7만5000여 명의 주민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교하와 광교의 복합단지 역시 첫 삽도 뜨지 않아 주민들은 당분간 원정쇼핑을 다닐 수밖에 없다.

대한건설협회 조사에 따르면 이처럼 헛바퀴를 도는 복합단지 개발 프로젝트는 전국에 모두 40곳이 넘는다. 300여 만㎡의 알짜배기 땅이 놀고 있는 가운데 100조원 규모의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들 프로젝트는 개발사업지 한복판에 민관이 합동으로 상업·업무·주거·문화기능을 갖춘 복합단지를 짓는 사업(일명 공모형 PF사업)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주거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종류의 대형 사업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불투명해지면서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멈춰 섰다. 지난해 가을의 금융위기는 돈줄인 금융권을 잔뜩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판교 알파돔의 경우 2조~2조3000억원의 사업 밑천을 금융권에서 빌려야 하는데 올 상반기에 이어 이달에도 자금 유치에 실패했다. 금융권은 건설사에 확실한 투자금 회수 보증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업자는 위험을 더 떠안으면서까지 사업을 꾸릴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자 사업 주체가 발을 빼는 경우도 잇따른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김포한강신도시와 오산세교 개발사업에서 손을 뗐고, SK건설 컨소시엄은 계약 해지에 따른 손실을 감수하고 인천 도화지구 프로젝트에서 빠졌다.

함종선 기자

◆공모형 PF사업=공공택지에 대규모 복합단지 등을 짓는 개발사업. 민간사업자(건설사+금융기관)를 공모한 후 공기업과 민간사업자가 공동으로 출자해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한 후 돈을 조달해 사업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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