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물의 고향은 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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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물은 지구를 구성하는 물질 중 양적으로는 그리 큰 요소가 아니다. 지구 전체의 물을 합쳐도 지구 질량의 4천분의1이 안된다. 그러나 물은 거의 모두가 지구 표면에 고여 있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71%를 덮고 있고 공기와 흙속에도 수분이 들어 있다. 따라서 생명의 영역인 지구 표면부에서는 물이 극히 중요한 요소다.

수십억년 전 지구 초창기에는 바다가 없었다. 그 많은 물은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화산폭발을 통해 땅속의 물이 뿜어나와 바다를 만들었다는 학설은 1894년 제기된 이래 1백여년간 통설로 자리잡고 있었다.

화산가스 성분의 60%가 수분이니, 지구가 생겨난 이래의 모든 화산활동이 토해놓은 수분을 합친 결과가 바로 지금의 바다라는 것이다.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화산가스 속의 수분은 해저의 지각변동을 통해 수분이 용암층에 흘러들어갔다가 터져나오는 것일 뿐이며, 바다가 생겨나기 전의 화산가스에는 수분이 별로 없었으리라고 이들은 추정한다.

용암층의 평균 비중보다 몇배나 가벼운 물이 용암층 속에 그렇게 많이 들어 있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물이 유성(流星)에 실려 지구에 들어왔으리라는 학설을 미국 아이오와대의 루이스 프랭크 박사가 1986년 처음 발표했을 때 많은 학자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러나 10년 후 유성관측을 위해 미 우주항공국(NASA)이 북극 위에 띄운 인공위성의 관측결과가 나오자 상황이 달라졌다. 몇달간 찍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생각밖으로 많은 분량의 물이 유성에 실려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유성은 작은 혜성(彗星)이 지구의 궤도와 만나면서 지구의 중력에 끌려들어오는 것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별똥별은 유성 중 특별히 큰 것이다. 새로 알려진 사실은 집채만한 크기의 작은 유성이 매일 몇만개씩 지구인력권에 들어와 지상 수천㎞ 고공에서 분해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유성들의 주성분이 물이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수십억년간 물이 우주로부터 계속 쏟아져 들어왔다면 정말 바다를 채울 만도 하다. 그뿐 아니다.

혜성에는 복잡한 탄소화합물도 많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모든 생명체의 핵심원소인 탄소 역시 유성을 타고 지구에 온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일어난다. 나아가 생명의 외계(外界)기원설이 힘을 얻는다.

우주공간 속에 먼지처럼 널려 있는 얼음덩어리가 이렇게 지구에 쏟아져내리는 것이라면 달이나 화성이나 어느 행성도 이 우박을 면할 리가 없다. 태양계뿐 아니라 다른 별에도 생명의 기본물질인 물과 탄소화합물이 풍성하게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지구가 유일한 '생명의 별' 이라는 통념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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