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빠이 이상용, "'우정의 무대'에 다시 서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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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면 이 한 몸 바친다는 심정으로 통일 될 때까지 열심히 해보고 싶습니다. "

'뽀빠이' 란 애칭으로 널리 알려진 방송진행자 이상용(56)씨가 2일 중앙일보를 찾아와 사뭇 비장한 어투로 말문을 열었다.

이씨의 호소는 '우정의 무대' 진행을 다시 맡겨 달라는 것. 언뜻 들으면 다소 엉뚱한 얘기다. '우정의 무대' 는 현재 방송되지 않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매회 군부대를 방문, 씩씩함을 자랑하는 젊은 장병들이 어머니의 등장 앞에서는 사정없이 눈물을 쏟아내는 극적인 장면을 보여주던 MBC '우정의 무대' 는 1989년 첫방송 때부터 마이크를 잡아온 진행자 이씨가 96년말 심장병 어린이 후원금 유용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으면서 슬그머니 폐지됐다.

이씨는 4개월만에 무혐의로 불기소처분을 받았지만 국민들의 기억 속에 상처입은 '뽀빠이' 의 인상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98년 한보청문회 무렵 "여당 유력인사의 공천 제안을 거절했다가 보복으로 수사를 당했다" 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던 그는 그간의 억울한 마음에 왼쪽 눈의 시력을 거의 잃었다.

이씨는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라스베이거스의 관광버스 가이드로 생활을 영위하는 힘든 시절을 거쳐 현재 충청전문대 자원봉사학 겸임교수로, MBC 노인대상 프로그램 '아름다운 인생' (일 오전 6시10분)의 진행자로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도 출마 제의가 적지 않았지만 이씨의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국회의원은 2백99명이지만 '뽀빠이' 는 단 하나" 라는 것이다.

그는 '뽀빠이' 의 명예를 온전히 회복할 무대 역시 '국회' 가 아니라 '우정의 무대' 라고 믿는다.

자신과 비슷한 시기에 건강보조식품 광고 문제로 물의를 빚었던 송해씨가 전국노래자랑을 다시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 더없이 부러울 따름이다.

'모이자 노래하자' '우정의 무대' 등 현장 공개 프로그램을 20년 이상 진행했던 그는 "대규모 방청객을 대상으로 한 '야전(野戰)프로그램' 에는 누구보다 자신있다" 고 자부한다.

"요즘도 만나는 사람마다 '우정의 무대' 안하느냐고 묻는다" 며 '시청자 요청' 을 은근히 과시하는 그는 "국군관련 프로그램이라면 힘찬 기백을 보여 줘야하는 것이 정석" 이라면서 고교시절부터 역도로 단련한 체력.ROTC출신의 군경력 등을 지닌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한다.

현재 군복무중인 아들의 부대를 '우정의 무대' 마이크를 쥐고 찾아 가고 싶다는 그의 꿈이 과연 이루어지게 될까. 열쇠는 MBC가 쥐고 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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