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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사라진 우리 사회…유머를 배우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

너 불만 있니? 예 담배좀 주세요.
난 실없는 사람이란 소릴 많이 듣는다. 제발 바늘좀 주오.
우리 마누라는 잼있는 사람이지. 근데 빵이 없다오.

#2

남:우리가 만나면 튀김집 아줌마가 화는 내는데 미치겠어.
여:왜요?
남:자기하고 나하고 고소한 냄새가 너무 나서 장사가 안된다나봐

#3

여:앞집 약방에 약사가 뭐라고 안해요.
남:왜 뭐라고 안하겠어. 당신이 불법 비아그라 래.
여:정육점에선 당신을 광우병 걸린 성난 황소라고 하던데.

#4

건달1: 성님, 아바타가 뭡니까.
건달2:고것도 모르냐. 소나타 담에 나온차잖어.
건달1:근디 인터넷은 뭐다요.
건달2:근께 그것은 인터뷰 할때 넷이 하는게 인터넷 아니여.

▶ '유머작법가이드' 저자 송충규씨는 청소년들이 지금부터 유머를 배워 보다 부드러운 세상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코메디 작가 송충규(38)씨가 최근 펴낸 '유머작법 가이드'에 나온 유머 일부다. 허접하고 다소 썰렁하기도 하다. 그러나 찬찬히 읽어보면 기분나쁘진 않다. 웃음도 나온다. 송씨는 누구든 부담없이 듣고 재미있어 하고 웃는다면 그게 유머라고 했다.

경제는 어렵고 정치는 국민들로 부터 희망을 뺏아갔고 해서 우리사회에 웃음이 사라진지 오래다. 해서 요즘 술좌석에선 "뭐 재밌는 일 없냐"는 말이 인사말로 통한다. 송씨는 이럴때 일수록 유머감각을 갖자고 외친다. 유머는 스트레스를 녹이고 반목을 화해시키고 각박함에 여유를 자아내는 청량제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우리는 너무 삭막하게 살고 있다고도 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이 책을 썼다. 유머는 타고난 사람이나 하는 것으로 아는데 체계적으로 배우면 누구나 유머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청소년들이 지금부터 유머를 배워 보다 부드러운 세상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물론 천부적 재질이 있는 사람이 있죠. 그러나 누구든 관심을 갖고 유머를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배우면 금방 유머있는 사람으로 통할 수 있습니다. 유머를 알면 대인관계가 좋아지고 생활이나 일이나 즐거울 수 밖에 없지요."

그는 "그동안 유머집은 많이 나왔어도 어떻게 유머를 만드는지를 알려주는 책은 한권도 없었지요. 제발 이 책이 우리사회 모든 분야에 웃음을 깃들게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 KBS '유머1번지'시나리오를 쓰면서 부터 방송 코메디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그후 정신나간 유령등 아동극영화 시나리오와 각종 에니메이션 시나리오등 수십편을 썼다. 그는 현재 인터넷 중앙일보 디지털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의도 한국방송작가협의회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유머보다 수줍음이 돋보였다(?).

-(유머 책을 쓴 사람이라)굉장히 웃길줄 알았는데 왜 그리 수줍어 하나.

"원래 낯을 좀 가려서. 낮이 익숙치 않으면 원래 그렇다."

-유머가 있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남을 웃길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유머도 환경이 충족돼야 나온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어줍잖게 유머하다가 오히려 낭패볼 수도 있다. 사실 나는 모르겠는데 친구들은 내말을 듣고 배꼽잡는다. 집안에 식구들도 나 때문에 엄청 웃는다."

-본인은 어디서 유머를 배웠나.

"순발력은 타고 난 것 같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에서 엄청 웃겼다. 그러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하면서 나름대로 보다 재미있는 유머를 만들기 위해 엄청 노력했다."

-여자들이 유머있는 남자 엄청 좋아한다는데.

"글쎄 그게... 아직도 싱글인데 연애는 그리 안되는 것 같더라. 내가 좋아하면 그쪽에서 싫어하고 그쪽에서 좋아하면 내가... "

-책을 쓰게 된 계기라도 있나.

"10년전부터 자료를 모았다. 그런데 지난해 동료작가중 한사람이 코메디 시나리오를 써 와서 봐달라고 하는데 좀 충격 먹었다. 그때 코메디로 인생살아갈 사람으로 의무감 같은 것 느꼈다. 당장 집필을 시작했다. "

-유머는 분위기와 순발력인데 책을 보면 유머를 무슨 해부해 놓은듯 하다.

"유머를 종류별, 상황별, 특성별로 구분해서 작법을 썼다. 후천적으로 유머를 배우게 하려면 이방법이 좋다고 생각한다. 누구든 이 책을 읽으면 유머를 어떻게 만들어나가야 하는지 알수 있다. 그리고 유머를 쓸곳과 쓰지 말아야 할 곳, 타이밍등을 알 수 있다.

자료가 없어 스스로 창조해가며 썼다. 엄청 힘들었다."

-우리사회에 유머가 없다는 것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왜 그런가.

"우선 정치인부터 반성해야 한다. 여야 대변인들 논평을 보면 무슨 싸움하는 것 같다. 유머라곤 한자로 들어있지 않다. 역대 대통령을 봐도 유머하는 정치인 별로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요즘 유머좀 한다. 한데 어쩔땐 썰렁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그런대로 유머를 잘 구사하는 축에 속한다. 그외는 정치인은 엄숙했다. 누구의 책임이 있는 게 아니고 모든게 너무 각박한 우리사회, 우리 문화의 문제다."

-TV에 코메디 많은데.

"요즘 프로그램은 너무 즉흥적이고 단순하다. 그리고 고급 코메디보다는 일단 한번 웃기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인스턴트 식품같은 코메디가 많다. "

-코메디가 원래 그런것 아닌가.

"코메디 영화에는 메세지도 있고 스토리도 있다. 왜 우리는 고급 코메디 드라마를 못만드나. 방송사에서 돈은 적게 들이고 한번 웃기고 말자는 식으로 접근하니까 그런다. 예컨대 시트콤이 대표적이다. 텔런트 몇명 출연시켜 웃기면 된다. 세트 만드는데 돈 얼마 들겠나. 그러나 정식 코메디 드라마 만들려면 엄청 돈 들것이다. 방송사가 꺼리는 이유다."

-앞으로 계획은.

"코메디 영화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이책을 청소년들이 많이 읽었으면 한다. 청소년 때부터 유머의 중요성을 알고 유머를 구사할 줄 안다면 우리사회는 머지 않아 지금보다 훨씬 부드럽고 웃음넘치고 평화로워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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