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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합집산 정국읽기] '포스트 3金' 각축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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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분주하게 새 지도를 그리고 있는 정치권의 변화 동인(動因)과 의미를 짚는 시리즈 두번째.

이어 마련될 독자 토론장에 의견을 보낼 분은 팩스(02-751-5228) 나 e-메일 또는 Cyber중앙 (http://www.joins.com)의 '쟁점.기획.시리즈' 가운데 '이합집산 정국읽기' 게시판 (http://bbs2.joins.com/servlet/ViewList?ID=kms_02)을 이용하기 바란다.

[발제 2]

공천파동을 계기로 정계는 '카오스'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거물급 정치인들의 신당창당, 자민련의 '공동여당' 포기, 낙천자들의 탈당 및 무소속 출마 현상은 단순한 '혼돈' 이 아니다.

'카오스' 는 새로운 질서를 잉태하는 꿈틀거림이다. 그리고 이런 정치적 혼돈의 밑바닥에는 김대중 이후 차기 대권주자들의, 지도력 확보를 위한 정치적 야망이 작동하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3김' 이 공천권을 행사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마지막 선거라는 점이다.

지금의 정국은 차세대 주자들이 지역주의적 사당(私黨)에 기초한 '3김' 의 균열을 비집고 들어와 각축을 벌이는 상황이다.

그러나 신.구 양대 세력은 표면적으로는 '타협' 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균열이 전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은 이들 신.구 지도자들이 이번 총선에서 부분적으로 이해관계를 함께 하기 때문일 뿐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후계자' 에 대해 언급함으로써 '포스트3김' 의 각축을 부추겼다. 이미 각당의 '얼굴' 도 '3김' 은 아니다.

이것은 과거 당내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 '반(反)3김' 정치인들을 축출했던 '3김' 세력이 유권자의 거부감을 희석시키고 취약지역의 득표를 늘리기 위해 차세대 정치 지도자들에게 일정한 대중적 활동공간을 허용해준 데 따른 현상이다.

물론 '포스트3김' 지도자들도 단기적으로는 '3김' 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려 한다. 이는 민주국민당 지도부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후견정치 또는 협력을 요청했고, 이인제씨가 동교동계와의 협력 아래 충청권의 자민련 본거지를 정면 공격하고 나선 데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이 타협도 결국 '포스트3김' 시대 정치 지도자들이 지도력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3김' 의 대응이 낳은 과도적 현상일 뿐이다.

언젠가는 소멸할 '3김' 입장에선 불가피한 수세적 타협인 반면 '포스트3김' 세력의 입장에선 다가올 권력투쟁에 대비한 명분과 실력을 축적하는 공세적 타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타협은 결코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

이같은 불균등 타협은 적당한 계기가 주어지면 일시에 파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선거는 언제나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낳는 '역동적' 인 과정이다.

충청지역에서 이인제 그룹이 성공할 것인가, 부산의 노무현 의원은 살아남을 것인가, 이회창 총재와 민주당 동교동계가 투입한 신진인사들이 수도권에서 얼마만한 성공을 거둘 것인가, 민주노동당이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유권자들이 이런 의문들에 대해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 신.구세력의 타협이 파열로 치닫는 시점과 양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번 총선은 '3김' 정치 청산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이르기까지는 만만치 않은 난관이 있다. 무엇보다도 '포스트3김' 세력이 '3김' 의 정치적 카리스마에 안주해 버린다면 '3김' 세력은 다음 총선에서도 힘을 발휘할지 모른다.

이미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공천은 사실상 1인지배체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귀결됐다. 이 과정의 산물인 민주국민당은 YS의 후견정치를 요청하는 상황이며, 이는 DJ.JP의 후견정치를 정당화하고 5공 중심의 TK 정치세력화를 유혹할 수도 있다.

하지만 '3김' 과 '포스트3김' 의 타협이 깨어지면 상황은 급진전할 것이다. 문제는 새 정치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확보하기 위한 '포스트3김' 지도자들의 전략과 전망이다.

만약 그들이 정치개혁을 가장 중요한 사회적 어젠더로 밀어올린 시민운동의 요구에 부응하는 전략과 전망을 세우고 실천한다면 '3김' 정치의 종말은 가까이 와있다고 할 수 있다.

정영태<인하대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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