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허샤이저 등 '사부'들 만나며 거듭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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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요즘 박찬호(27.LA 다저스)는 오렐 허샤이저(42)의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또 전설적인 좌완투수 샌디 쿠팩스를 '스프링캠프의 개인교수' 로 모시고 있다.

쿠팩스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를 만날때면 항상 모두를 물리치고 독대한다. 그의 의견을 존중해주기 위해서다. 두 '스승' 에게서 박찬호는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 그가 지금까지 '사부' 로 모시고 있는 지도자들과 현재의 개인교수들에게서 배우고자 하는 것을 정리해 본다.

▶기다림의 미학-버트 후튼

박은 1994년 마이너리그 더블A에서 만난 버트 후튼에게서 커브를 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하게 스트라이크 던지는 법을 배웠다. 미국에서의 첫 사부였다. 현재의 콤팩트한 투구폼도 후튼의 교정아래 만들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두르지 않고 하나에서 아홉까지를 모두 이뤄야 열번째를 배울 수 있다는 기다림의 미학이었다.

▶체력 안배-데이브 월리스

메이저리그에 올라선 뒤 박은 데이브 월리스 투수코치로부터 풀시즌을 소화하는 체력 안배와 로케이션(같은 스트라이크라도 볼의 위치를 조절하는 것)의 중요성을 배웠다.

▶몸 관리의 소중함-놀런 라이언

박은 94년 봄 꼭 한번 전설의 주인공 놀런 라이언을 만났다. 여기서 라이언은 박에게 "롱런하는 것이 투수의 생명" 이라며 몸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박이 "몸이 내 전재산" 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배경이다.

▶밸런스의 안정을 통한 제구력-샌디 쿠팩스

97년 봄 쿠팩스는 홈플레이트를 직접 들고 다니며 박의 제구력을 교정했다. 쿠팩스는 이 과정에서 와인드업에서 릴리스까지의 밸런스가 투구폼을 안정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열쇠임을 일깨워줬다.

▶타자의 수읽기와 게임을 풀어가는 눈-오렐 허샤이저

이제 박은 6년 만에 다시 만난 '큰 형님' 허샤이저에게서 경기 내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노하우와 타자들의 수를 읽는 법을 배우고 있다. 허샤이저는 59이닝 연속무실점이라는 대기록의 소유자인데다 '불도그' 란 별명이 말해주듯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다.

박은 지난해부터 동료이자 선배인 케빈 브라운을 통해 타자와의 싸움에 눈을 떠가고 있다. 영웅들을 통해 이들의 장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노력은 박찬호를 슈퍼스타의 반열로 이끌고 있는 힘이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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