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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8세 성폭행 피해자, 부모 동의 없어도 가해자 처벌 원하는지 의사 표시할 수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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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성폭행을 당한 13세 이상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부모의 동의 없이도 가해자를 처벌하지 말아달라는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일 만 14세의 A양 등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최모(19)군 등 3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 14세 피해자에 대한 혐의는 공소기각 한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최씨 등은 다른 성폭행 혐의에 대해선 유죄가 인정돼 징역 4년부터 집행유예 2년까지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현행법상 13세 이상 19세 미만의 청소년에 대한 강간은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범죄)에 해당돼 피해자인 청소년에게 의사 능력이 있는 이상 단독으로 처벌 희망 여부의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에게 의사 능력이 있는 데도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것으로 본다면 명문의 근거 없이 피고인 등에 대한 처벌을 부모에게 맡기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다만 법원은 피해 청소년의 나이와 지적 수준 등에 비춰 범죄의 의미, 처벌 불원의 의사 표시 등이 가지는 의미와 효과 등을 이해하고 알아차리는 등의 의사 능력이 있는지 등을 세밀하고 신중하게 조사·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3명의 대법관 중 12명이 이 같은 의견을 냈다. 반면 김영란 대법관은 “14세 청소년의 의사 능력은 불완전한 만큼 법정대리인의 동의로 보완돼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최씨 등 3명은 2008년 6~8월 자신의 자취방에서 A양과 B(12)양 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양은 재판 과정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1심 재판부는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이 “A양에게 의사 능력이 있다”며 공소기각 판결을 하자 검찰이 상고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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